2017년도에 개봉했던 패신저스 Passengers 라는 영화는 가오갤로 유명한 크리스 프랫과 헝거게임의 제니퍼 로렌스가 출연해 개봉 전부터 인기몰이했던 SF 작품이다. 머나먼 개척 행성으로 여행하는 이민선에서 동면 장치의 고장으로 도착예정일보다 90년이나 먼저 깨어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정작 캐스팅의 유명세에 비해 작품 자체는 크게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뜬금없이 왜 이 작품을 언급했냐면 지금 다루게 될 글의 작품 소개 글이 이 영화의 시놉시스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설마하니 이런 유명한 작품을 표절하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 비슷한 소재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나 하는 궁금증에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글의 영감을 준 작품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패신저스는 기본적으로 SF 어드벤처 작품이었다. 앞서 조금 언급한 대로 크게 뛰어난 부분은 없었지만, 폐쇄 공간에서 홀로 생활하며 지독한 고독에 피폐해져 결국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의 심리 묘사를 위트있게 화면으로 잘 담아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본 글 – 라스트 호프 역시 소개 글만 보면 완전 동일한 내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
소개글만 읽어봐도 작가의 노림수가 보인다. 영화는 도착 행성까지 남은 기간이 주인공의 기대 수명보다 길다는 절망적인 상황을 주된 요소로 잡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동면에서 혼자 급작스럽게 깨어난다는 설정까지는 동일하지만, 행성 도착까지 남은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부터 차이가 발생한다. 몇 줄 안 되는 소개 글에 이런 함정이 숨어있을줄은.. 작가의 의도적인 어그로 끌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단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이 아닐까?
작품의 전개는 당연하게도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개척 행성으로 가는 이민선에 참여하는 이유에서부터 꽤 상세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덕분에 전개가 느긋하다. 처음부터 너무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본인이 개인적으로 ‘작가의 욕심’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인데, 브릿G에 올라오는 많은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너무 많은 요소를 정제, 압축 없이 꺼내 놓음으로써 극이 늘어지는걸 뜻한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꺼내놓으면 아무리 흥미롭고 놀라운 주제라도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행간에 숨길 건 숨기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축약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요소는 글의 전반적인 스타일에도 반영되고 있다. 다수의 설정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소개하려다 보니 글의 상당 부분이 AI와 주인공과의 대화로 채워져 있다. 사건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대화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느낌이라 쉽게 지친다. 좀 더 작가적 고뇌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연재 기간을 길게 잡고 있다면 일단 다루고 싶은 내용들을 최대한 꺼내보고 나중에 출판의 기회가 왔을 때 다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건방지게 지적하긴 했지만, 웹 연재라는 플랫폼 특성을 고려하자면 장기 연재를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생각된다. 본인은 아직도 출판본을 기준으로 하는 습관이 남아있어서인지 이런 편협한 눈을 버리기가 힘들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영화와는 주제 자체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덕분에 안심(?)하고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사회적 문제에 관한 고찰도 어느 정도 담고 있고, 진행되는 모양을 보니 행성 개척과 그에 따르는 모험이라는 테마에 집중할 듯 해서 흥미롭다. 사건이나 행동에 적당한 이론이나 원리에 기반하려는 노력이 엿보여 하드SF 장르 느낌이 많이 든다. 설정이 방대하다는 느낌이 들고 그에 관한 해설도 상당히 많은데 그에 비해서 인물에 대한 묘사가 프로필 설명 이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이벤트적 요소가 보이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다만 최신화를 보니 슬슬 인물 중심으로 극이 돌아가는 모양이라 굳이 걱정을 사서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태그에 공포가 붙어있다. 소개 글에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 거로 봐서는 그런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싶은데, 메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AI부터가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이런저런 궁금증 유발 요소들을 숨겨두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마침 최신 연재분에서 사건들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600매가 넘어가고 있는 지금에서야 프롤로그가 끝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데 꽤 길었던 초반부를 싱겁게 만들 만큼 장대한 모험이 펼쳐질지, 아니면 용두사미로 끝이 날지 두근거리는 마음과 확산되는 기대감으로 지켜보기로 한다는 말로 맺음 한다.
ps : 본 작품은 64화까지 읽고 쓴 글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고찰, 헛소리이니 작가님께서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뚝심 있게 밀고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