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가능하고, 그럼에도 분위기 있지만, 마침내는 아쉽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자작나무 숲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조은별, 23년 6월, 조회 38

스포일러 주의

 

 

엄성용 작가님의 <자작나무 숲>은 첫 문단에서부터 바로 감이 오듯, 자살하러 가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전체적인 서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앞에서 자살을 결심한 중년 남성 가장이 가족(특히 딸)을 떠올리며 그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결말. 익숙한 느낌이죠. 그럼에도 이 소설은 나름의 분위기라는 것을 가지고 독자가 끝까지 읽어가게 만듭니다. 별다른 극적인 사건이 없는 전개 속에 다소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안에서 섬세하게 인간적인 심리를 이야기하는 작품은, 취향에 맞는 독자라면 읽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명백한 단점도 눈에 띕니다. 화자의 내면 서술이 주가 되다 보니 자작나무, 자작나무, 하고 동어반복을 하는 듯한 감상이 남는 것이 아쉽고, 화자가 자살하러 가는 중이라는 게 너무 쉽게 드러나는 부분도 극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에서는 맛이 다소 죽는 감이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소녀에 대한 부분입니다. 소녀는 이 작품에서 자작나무 숲의 의지 혹은 자아를 표상하고, 화자가 딸을 떠올리게 만들어 자살을 포기하게 만드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정작 소녀의 신비로움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묘사도, 그렇다고 소녀의 정체에 대한 놀랄만한 반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쭉 읽어 내려가다가 소녀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확 아쉬웠는데, 그 시점에서 이미 결말이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소녀가 더 호러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왔으면 반전으로 기능할 수도 있었고, 오히려 딸을 생각해서 죽음을 앞당기게 되는 심리로 이어졌다면 이 역시도 색다른 감상을 끌어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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