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호러, 추리/스릴러 장르에 <탈출게임>이란 제목이라니, 약간 영화 <쏘우>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저의 예상과 비슷하게도 소설의 처음은 여자가 빈 방에서 눈을 뜨며 시작합니다. 그러나 소설이 중후반부로 갈수록 저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갔습니다. 어쩌면 주인공은 탈출이나 게임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실제로 이건 탈출도 게임도 아니었고, 가능한 것도 아니었지요.
Q.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소설을 읽기 직전에 인터넷 뉴스를 읽고 있었습니다. 최근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정유정과 관련된 기사였죠. 자신의 정신 감정을 요청하면서 심신미약을 노린 거짓말일지, 혹은 진짜 망상일지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기사였지요. 그 기사를 읽고나서 <탈출게임>을 읽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거짓말이든 망상이든, <탈출게임>에서 나오는 VICTIM 프로그램이 정말로 소설과 같이 우리 사회에 구현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피해자에게 진정한 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범죄를 저지르고 구형을 선고받더라도 자신의 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반성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이 정말 많지요. 자신의 죄는 결국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기도 하고요. 주인공인 윤정 또한 사건을 저지르고 난 직후, 자신이 미영과 시한을 죽인 사실에 대해 그 둘의 탓을 합니다. 미소가, 볼이, 립글로즈가, 머리카락이, 공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그리고 죽은 것으로 보이는 와이프를 욕조에서 데려나와 가해자인 자신을 보고 뒷걸음질 쳤다는 이유로. 그녀는 살인을 저지릅니다. 이는 아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들과 그 결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사소한 이유가 가해자의 변명이 되는 것이죠. <탈출게임>에서 처럼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 잔혹하게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 된다면, 피해자로서의 입장으로 가해자인 자신을 바라보고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해자인 윤정이 그 직전의 탈출게임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기억이 반복된다면, 잠재적인 인식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요.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죽은 피해자가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반성하는 것, 그리고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는 것, 그것이 VICTIM 프로그램의 효과이자 진정한 형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구현된다면 작품에서 나온 것처럼 반윤리적이라거나 반인권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겠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이 작품에 나오는 프로그램은 계속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아요. 너무나도 무섭고 험악한 사건, 그리고 반성하지 않는 수많은 가해자들을 너무나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또 한편으로는 언젠가 진짜 이런 프로그램이 구현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소설의 장르는 호러, 추리/스릴러라고 했지만 어쩌면 호러 그리고 SF일지도 모르겠네요.
Q.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영화 <쏘우>같은 작품인가, 싶었음에도 초반 진입이 쉽지만은 않았었습니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에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과연 윤정이 누구일지, 또 윤정을 가둔 사람은 누구일지 궁금해서 읽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달까요. 현실의 다른 실제 범죄들을 떠올리며 읽게되었던 흥미로웠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