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큼 세계적으로 교류가 활발한 때는 없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계는 상호 간에 깊은 관계를 맺으며 굴러가고 있다.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SNS의 발달로 우리는 이제 세계 방방곡곡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중이다. 이렇게 타국의 소식을 바로바로 접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외국어 능력이 요구된다. 업무적인 것은 물론이고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서도 외국어 능력은 필수적이다. 물론 요새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 번역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오역이 있을 수도 있고 사람이 읽고 바로 내용을 파악하는 것보단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며,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외국어를 자면서도 쉽게 배울 수 있다면?
<꿈과 합격의 신화>에서는 ‘드림인’이라는 기기가 등장한다. 드림인을 개발한 A기업은 이 기기를 사용한다면 꿈 속에서 영감을 얻어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어까지 학습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누가 봐도 혹할 만하지 않은가? 자면서도 외국어 학습과 사고의 확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데 교육열이 조금이라도 있는 학부모라면 당장 구입하고도 남지 않을까.
그러나 드림인은 의외의 곳에서 논란에 휩싸인다. 바로 가격이다. 드림인은 기기 하나당 수천만원이라는 가격을 자랑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드림인은 수많은 논쟁거리를 발생시켰다.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 능력껏 공부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는 주장, 청소년의 수면권을 침해한다는 주장, 대학 입시에 드림인 사용 여부를 반영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 등이 쏟아진다.
사실 나는 사교육 관련 논란까지는 예상을 했으나, 수면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학습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모두들 드림인을 사용하겠거니 하고 여겼기 때문이다. 공부를 위해서라면 오전 5시에도 학원을 가고,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에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으니 수면권 보장이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 아닐까.
이 소설에서는 드림인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대자보, 인터뷰, 동영상, SNS 게시물, 신문 칼럼 등의 형식을 취하여 드림인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몰고 왔는지 건조하게 사실만을 나열해 보여준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서술 형식이 아니라 각종 매체들의 형식을 이끌어와 표현한 소설은 처음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새로운 방식의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 다양한 생각을 엿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