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달길>은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를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였던 주인공 혜진은,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 공간에서 겪은 일들이 너무 당연한 것이었고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회로 나온 혜진에게 사회가 씌워준 프레임은 바로 ‘피해자’였습니다.
피해자인 혜진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우리가 또 다른 피해를 양상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혜진이 겪었던 일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읽어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Q. 책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달길>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고는, 달과 관련된 SF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예상과는 달리 <달길>은 판타지 장르였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소설 초반에 소재 자체가 “사이비 종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종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예측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종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 아니라, 그 종교에서 벗어난 이후 피해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Q.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책 초반에 나온 ‘달길’이 무엇일지, ‘거울’의 의미는 무엇일지,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지 책 후반부 주인공의 귀결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독자의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곳곳에 엿보이는 소설이었습니다. 독자 각자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테니 이 의미들과 결말들도 다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보아도 좋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님이 실제로 의도한 의미는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했고요.
처음 달길을 ‘그녀’가 언급했을 때는 달길이란 주인공이 머물고 있는 성가와는 다른 실존하는 ‘현실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녀’는 주인공이 너무 어리고 약해서 ‘달길이’ 주인공을 거부하는 것 같다고 언급합니다. 즉 선택권이 인간인 주인공이 아닌 달길에게 달려있다는 것이죠. 그녀는 달길을 언급하며 주인공에게 알 수 없는 주문들도 알려줍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선 주인공인 혜진이 달길로부터 선택을 받는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품의 장르가 판타지이고 그냥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그녀는 마녀 혹은 인간 이상의 존재고,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난 주인공에게 맞는 사회는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자신을 피해자로만 바라보는 현실도 아닌, 마녀들의 세계만이 혜진이라는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즉 그녀는 혜진에게 있어 마녀이자, 구원자였던 것이죠. 현실적으로 해석해보자면, 결국 모든 것은 혜진의 상상이었고 거울이나 흰 가루와 같은 것은 환각, 환상과 같이 아이들을 종교에 더 빠지게 하기 위한 도구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결국 혜진은 종교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회귀를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좀 더 그럴싸하고 멋진 해석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제 추리력과 상상력, 해석력이 부족한 것 같네요..)
또한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피해자로서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은 일임이 이 소설에서 현실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동정이든 관심이든,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지나친 개입은 결국 피해자가 잊고 싶은 기억을 잊지 못하게 만들고 가해자보다 더 큰 피해자 낙인을 남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그 개인, 한 사람으로서 현실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Q.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해석할 여지가 많아서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장르는 판타지지만 일반적인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인 느낌이었고요. 언젠가 작가님의 해석본도 나오면 또 다른 재미가 있겠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내용 자체도 흡입력있어서 끝까지 흥미롭게 잘 읽은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