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1화를 읽고 내가 느낀 감상을 한 줄 요약한 것이다.
아니, 뭐 이런 의뢰인이 다 있담?
물론 그 의뢰인이 아직 중학교 3학년이고, 다음 주에는 외국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고, 제일 친한 친구랑 싸워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참작해 줄 수야 있지만! 외부에 알리기를 꺼려서 사적인 부탁을 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면접날 주인공을 도와준 적도 있다지만! 직장인 입장에서 CEO의 따님이 나한테 ‘부탁’을 하려고 찾아오면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권력관계로 인한 부조리에 불만을 품은 채로 ‘달빛수사’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불만은 곧 주인공 김희우에게 옮겨갔다. 선아는 이 인간의 뭘 믿고 사적인 부탁을 한 거지? 공익 제보자 변론을 전문으로 하던 변호사라서?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의 피고용인이라서? 그런 이유로 믿기에는 작중 초반의 희우가 좀… 비겁했다. 감당 못 할 의뢰를 받아 놓고, 예전에 좋지 않게 헤어진 전 동료이자 좋아하던 사람에게 2년 반만에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부탁을 한다. 심지어 재은이 사이코메트리라서 사이가 서먹해졌으면서, 그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서 도와달라고 하다니! 치사해! 그 와중에 재은은 에이엔소프트 게임의 개발판을 대가로 도와주겠다고 한다! 얘도 이상해! 온통 이상한 사람들 뿐이야! 라고 외치며 달빛수사를 계속 읽었다. 역시 이상한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이 재미있지 않은가?
읽으면서 하나가 죽었을까 봐 계속 조마조마했다. 최근 읽은 탐정물이 히가시노 게이고, 나카야마 시지리 작품이었던 탓에 이제 곧 시체가 발견될까 봐 덜덜 떨면서 읽었다. 하지만 다행히 하나는 화가 나서 DM을 읽지 않았고, 휴대폰은 정지시켜 놓아서 전화를 받지 않았을 뿐, 멀쩡하게 살아서 이모할머니 댁에 와 있었다. 선아가 읽어버린 수주를 찾아내서, 희우와 재은이 하나를 찾아내서, 선아와 하나가 화해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관대한 마음으로 엔딩을 맞을 수 있었다.
여전히 두 사람의 상처가 다 아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 앞으로 나아갔던 두 사람이라면 다시 만난 뒤에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달빛 수사의 결말은 두 사람이 겪은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모두 마무리하며 깨끗하게 일단락되었지만, 희우와 재은 콤비가 만날 다른 스릴러, 혹은 다른 로맨스를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