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100이면 100 모두 그렇다는 긍정의 대답을 할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우리가 직업을 갖고, 연애를 하고, 맛있는 걸 먹고, 취미를 즐기고, 여행을 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 모든 활동이 바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지금 행복한 이는 이 행복이 계속 지속되기를 바랄 것이고, 지금 불행한 이는 행복해지고 싶다고 소망할 것이다.
만약 이런 행복을 누군가 판매한다면 어떨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실체가 없는 걸 어떻게 판매한단 말일까. 누군가는 터무니없는 헛소리라고 치부할 것이고 누군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희망을 걸어볼 것이다. 그리고 희망을 거는 그 누군가는 대부분 정서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 홀로 고립되어버린 사람들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현재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사람이 왜 굳이 수상쩍은 문구를 믿을까. 자신의 삶에 충실하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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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구체적인 문구다. 그러나 어떻게보면 아주 모호한 문구기도 하다. 여기서 파는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람마다 원하는 행복의 형태는 다 다를 것인데, 이를 어떻게 충족시켜준다는 것일까. 궁금증이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장 형사도 행복하고 싶은 사람 중 하나다. 직장에서 승진하고 싶고, 자식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마누라가 사근사근했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꿈을 가진 직장인이다. 그런 장 형사에게 어느 날 수상쩍은 사건이 하나 굴러들어온다. 이모부가 실종된 사건인데, 행복을 판다는 광고를 보고 이모부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포착한 장 형사는 이종사촌 형제들까지 찾아가며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왜?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자기에게 떨어질 콩고물을 기대했고, 보다 행복해진 자신의 삶을 상상했으니까. 중간에 협박을 당하면서 잠시 움츠러들기는 했으나, 이종사촌 형제들의 부추김과 회유에 장 형사는 다시금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그러면서 점점 사건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게 된다.
제목만 봤을 땐 무언가 sf적인 요소가 있을 거라 막연하게 상상했는데, 이야기를 읽은 후 작품소개까지 새로 읽고나니 내가 착각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내 착각과는 별개로 이야기 진행도 매끄러웠고, 사건 구성도 짜임새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스릴러라는 작품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우중충해질 수 있는데, 장 형사의 입을 빌려 풀어내는 작가님의 걸쭉한 입담은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하며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시킨다. 또한 작중에서 가끔씩 장 형사가 던지는 질문은 굳이 행복에 관련된 주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과 관련된 것이니만큼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글이 아닐까?
앞으로 장 형사가 어떻게 사건을 헤쳐나갈지 완결이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