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도인가 18년도인가 둘 중 하나일 텐데, 어쨌든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2100년대에 쓴 현대문학은 2017년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SF장르로 읽히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제가 당장 일기를 써도 그게 1940년대 사람들에게는 SF로 읽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 해외 영화평론가들의 평론을 실시간으로 찾아보았다.’ 같은 문장이 그렇겠지요. 개인적으론 이 작품도 그 생각과 일맥상통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듯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거기서 더 나아갑니다. 미래에 만들어진 작품을 미래인이 리뷰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에 천연덕스럽게 가짜 주석도 답니다.
구미가 당기는 아이디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아쉬움을 토로하자면, ‘글 쓴다는 놈이 뭐라고?’라고 대경하실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저는 영화 리뷰’글’은 거의 찾아보지 않습니다. 간증의 시간이군요. 저는 주로 유튜브로 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극히 최근에야 깨달았지만 영상파입니다. 물론 예전에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것을 TV로 볼 시기엔 보고 싶은 리뷰영상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가 없다보니 리뷰글도 자주 애용했습니다. 그러나 유튜브가 생긴 후부터 제 삶은 달라졌습니다(사람들이 자기 영상은 보면서 자기가 쓴 책을 읽었다는 사람은 없었다는 하소연이 머리를 스치네요).
다만 변호하자면, 영화는 기본적으로 영상매체라 영상리뷰가 이점이 더 많습니다. 리뷰어가 영화의 내용을 설명할 때 해당 장면의 영상을 재생해서 이해를 도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해당 영화에 저작권 문제가 있을 경우엔 ‘이해를 돕기 위한 전혀 다른 작품의 영상’을 틀어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해당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은 아니더라도 리뷰어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과 맥락이 비슷하다면 보는 사람 입장에선 훨씬 머리에 내용이 잘 흡수됩니다.
물론 유튜브도 단점은 있습니다. 영상 길이가 짧다보니(물론 길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러면 조회수가 잘 안 나오니..) 책이나 GV에 비해서는 깊이가 아쉬운 감이 있죠. 그럼에도 이미 대세는 글보다는 영상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미디어 시대에 리뷰글이라는 고루한 매체가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이 작품의 약점과 같은 지점에 있습니다. 미디어 시대에 ‘소설은’ 이제 제법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뷰글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실만한 분들은 아실만한, 소설에 대한 리뷰글을 올리는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활동량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10년 전 혹은 더 이전에 문학의 위기를 말하며 소설에게 던져졌던 질문을 이번에는 리뷰글에 던지게 될 줄은,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네요.
물론 저는 그 해답을 모릅니다. 막연히 이 소설이 출간이 된다면 아예 내부디자인을 키노처럼 꾸며보는 건 어떨까? 같은 즐거운 상상은 했습니다. 그러나 그래서야 그냥 박물관 전시실에 펼쳐진 채로 조명을 받게 될 겁니다. 보기엔 좋지만 읽히기 좋은 책은 아닙니다.
이 작품의 형식적인 시도는 성공적입니다. 영화 줄거리를 쓸 때 네모박스? 를 쓴 점도 디자인적으로 좋고, 진짜 블로그 영화 리뷰글, 혹은 영화잡지의 기고글을 읽는 것 같은 문체를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형식에 대한 감상과는 별개로 작중작에 대해 사족을 달자면 저는 연재 순서대로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