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난 감상을 쓰다 보니 길어져서 댓글 대신 리뷰로 올립니다. 양해해 주세요 )
(주의: 리뷰 전체가 스포일러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어우, 주인공이 제가 무지 싫어하는 유형이네요. 첫머리에서 홀로그램을 그냥 꺼버렸을 때부터 기분이 상했습니다. 저라면 홀로그램 상태가 안 좋으니 다음에 하자고 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조인공은 구식이라기 보다는 (본문에도 나왔지만) 그냥 유연하지 않은 사람, 좀더 나아가면 꽉 막힌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세월이나 나이 핑계를 대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늙은이 운운한 것이 찜찜하네요.
좀 엉뚱할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을 보고 나서 소설 ‘장미의 이름’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이런 구절이죠.
“진리를 위하여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그나마 주인공은 (피해를 주기는 했지만) 남을 죽이지는 않고 자기가 죽어서 다행이랄까. 새로 알게 된 진리가 무서워서 저승으로 도망감으로써. 그런 사람이 80년간 교수를 했다니, 그 학교가 어땠을지. 교수를 잘못 만난 낙싱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리에 대해서 규원이 말하고 주인공이 납득한 것에 대해 좀 다른 생각을 말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적어도 과학의 범위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천동설, 뉴턴역학, 양자역학은 진리가 아니라, 세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처음부터 완전히 틀려먹은 게 아닌 한, 모델은 특정 범위 내에서는 유용합니다. 정밀한 결과가 필요 없을 때는 좀 틀려도 단순한 게 오히려 더 낫습니다. 예를 들어 천동설은 일반인의 표현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뉴턴역학도 극단적이 아닌 물리적 상황에서는 여전히 쓸모 있습니다. 하나가 옳으니 다른 건 틀렸다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그저 용도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하는 도구들인 거죠. 본문의 낙싱의 경우도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것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고집하는 유기농 식품에 대해서는, 지구가 걱정된다면 만드는데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유기농 식품보다는 손쉽게 생산되는 적당한 화합물을 먹는 게 더 나을 거라고 말해 주고 싶네요. 인구를 줄일 수 없다면 1인당 소모되는 리소스라도 줄여야죠.
뇌 교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100% 교체한 순간 적어도 그 자신의 입장에서는 죽어버린 것과 다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는 여전히 그가 존재하는 셈이겠지만요. 본문에서는 마치 테세우스의 배처럼 조금씩 대체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래도 결국 100% 교체하는 순간 원본은 없어졌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