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으로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오 사랑 (작가: 토링, 작품정보)
리뷰어: 청새치, 23년 4월, 조회 21

최근 저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나오고, 소식을 들으면 헤벌쭉 웃을 만큼 기쁘고, 같은 걸 몇 번을 봐도 새로운 구석을 찾아내서 질리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이게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요?

리뷰에서 애인 자랑을 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예전에 좋아한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리부트된 거니까요. 성황리에 최종화까지 방영해서 아주 기분이 좋답니다.

사랑을 모르는, 까지 들으면 몇몇 분들은 자동 완성 검색어처럼 불쌍해요, 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어서 닥쳐! 하고 화를 내는 장면까지 재현할 수도 있겠죠. 여러 매체에서 사랑은 범죄 장르의 해킹, 판타지 장르의 마법처럼 쓰입니다. 이 캐릭터가 갑자기 왜 이러냐고요? 사랑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왜 상황이 여기까지 굴러떨어졌냐고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 의지로, 혹은 머리로는 원하지 않더라도 그의 심장이 원하기에 여러 일들을 벌입니다.

인간은 그리 합리적이지도 않고 변덕스러우니 현실도 비슷하게 굴러가지만, 그러지 않을 줄 알았던 이야기가 멋진 묘사과 함께 두 사람의 키스로 감동적인 마무리를 하면 어쩐지 맥이 빠지곤 합니다. 흔들다리 효과, 전우애, 이것저것 과학적인 근거는 차고 넘치지만 이건 우리의 용사님들도 납득하시지 않을 것 같군요.

사랑을 모르면 불쌍하니 반대로 알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세상 어디엔가 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며, 곁에 있으면 마냥 기뻐서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게 꼭 허황된 소리는 아닙니다. 다리가 떨어져 나가도록 뛰면 마약 같은 고양감을 느끼는 몸이 어련하겠어요. 아주 딱 맞는 대상을 만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요. 하지만 사회에 제정신인 사람이 더 많은 걸 보면 분명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자, 그러니 이제 사랑이 나설 차례지요. 감염 경로 불명, 증상 발현 원인 불명, 치료 불명의, 진짜 사랑보다 더 신비롭고 손 쓸 수 없는 질병이 세상을 휩씁니다. 전염병으로 계속 고생 중인 현실에 비하면 이야기 속 세상은 꽤 평화로운데, 그도 그럴게 증상으로 이상적인 사회인이 되거든요.

이 얼마나 멋진 병입니까! 걸린 사람도 행복하니 모든 게 완벽해 보여요. 모두 다 걸린다면 온화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될 텐데, 사람이 한마음 한뜻이 되는 일은 이번에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왕 망한다면 사랑에게 패배하는 게 낫지 않나요? 이기심이란 정말 끝이 없어서 전인류를 다함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군요!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마왕의 심정으로 이 작품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제 막 게임을 켜서 장비라곤 나무막대기와 천옷과 깡뿐인 용사들이 사랑을 내건 당신의 원대한 계획을 어떻게 망치려드는지 지켜보는 건 꽤 짜릿한 일이랍니다. 저 하잘 것 없는 미물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라지요!

깔깔 웃어도 좋습니다. 그들은 아귀가 잘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삐걱이고, 하나하나는 별 볼 일 없으니까요. 그러니 코웃음 치며 안심하고 다른 할 일을 하세요! 하나둘 수가 늘어나더라도 흥미롭게 관찰하기만 하세요! 이런 행동이 당신을 진정한 마왕의 길로 인도할 겁니다.

그리하여 운명의 순간은 도래하리니. 들리시나요? 사랑으로 가득한 마왕성의 모든 자물쇠를 박살 내며 다가오는 사람의 노래, 큰 그림을 볼 줄 모르는 어리석은 이들의 발소리가요. 위대한 자로서 분하고 억울하겠지만 패배를 너무 슬퍼할 이유는 없답니다.

사랑도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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