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으려는 어떤 소녀의 담담한 회고 – 호르길리우스와 인어들.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호르길리우스와 인어들 (작가: 이규락, 작품정보)
리뷰어: 아이버스, 23년 3월, 조회 21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꿈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당신에게 ‘어떻게 그 꿈을 이룰 거야?’하고 물어본다면 어떨까요? 글쎄요, 우리는 ‘잘, 어떻게든 되겠지?’합니다. 우리는 늘 달콤한 눈 앞의 꿈이 때로는 허황되고 어이가 없을지라도 이룰 때의 그 짜릿함과 행복함 만을 기억하려 합니다. 그 뒤에 펼쳐질 역경이나 고난을 외면 하면서요.

 

<호르길리우스와 인어들>의 ‘인어’는 이런 우리들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첫 도입부 ‘호르길리우스’에게 말을 걸며 시작되는 소녀의 이야기는 ‘인어’를 찾고 싶어하는 소녀가 베르길리우스에게 말을 거는 부분으로 시작합니다.

 

모험가가 발견해내지 못한 존재를 찾아내는 것만큼, 더 가슴 설레는 일이 있을까요?”

 

그녀의 대화에는 꿈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호르길리우스에게 말하는 소녀의 말투는 신나고 기대 되는 모양새입니다. 마치 놀이공원에 갈 걸 손꼽아 고대 하는 아이의 모습이 연상 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대사를 보다 보면, ‘왜 인어를 찾는거야?’ 라는 독자의 단순한 호기심에 가슴 설렌다는 단순한 감상으로 그녀가 대답하지는 않습니다. 글을 읽어나갔을 때 ‘왜 그렇게까지 인어를 찾아야 해?’라는 독자의 물음에 그녀는 자신이 살아왔던 짧은 이야기로 대답하는 거 같습니다. 백작의 고용인으로 보이는 그녀의 과거와, 귀족들의 핍박으로 부모를 잃었던 슬픔이 그녀를 이 험한 바다로 내몬 거 아닐까 하는 연민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 건 벌써 네 번째야. 그것도 항상 항구에서 발견 되었다지. 같은 수법으로.”

“우리 배에 숨어 있을 수도 있어. 새로 모집한 선원들 중 말이지.”

– 본문 발췌 中 –

 

어쩌면 여기까지만 보면 소녀의 이런 과거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담은 아름다운 모험 이야기로 마무리 될 법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의 여정은 순탄치 않게 흘러갑니다. 배 안에 누군가 숨어 들었다. 그리고 소년들만 골라 죽인다는 고약한 살인마 이야기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양새를 취합니다. 특히 작중에 등장하는 ‘새로 모집한 선원’이라는 단어가 무언가 의미심장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꿈을 찾으러 배에 들어온 소녀를 가리키는 걸까? 아니면 이 선원들 중에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시커먼 음모를 꾸미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는데?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흥미가 소설을 붙잡게 만듭니다. 장편이 아니기에 많은 이야기를 펼쳐내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지 궁금하며 계속 읽어 내려갔던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앙골레지 호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황금을 찾으러 가는 꿈에 부풀려 있는 사람들의 모인 배 답게 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쾌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작 중 이런 사람들과 겉도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그레이슨’입니다. 그레이슨은 작 중 내내 부정적이고 우울합니다. 무언가 숨김이 많아 보이는 석연치 않은 그의 태도는 작품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들의 말에 딴지를 걸고 틱틱대는 모습을 소녀 역시 그를 좋게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듯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그의 태도는 비호감을 주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한편으로 작품을 더듬어 보며 ‘그레이슨’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에 불쌍함을 느꼈습니다. 소녀에게는 과거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꿈을 쫓는 모습에서라면, 그레이슨은 마치 좌절한 사람을 연상하게 만드니까요. 이런 두 인물의 극명한 대비를 보며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지를 살펴보러 가는 것도 재밌으리라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에서 여러가지를 담아내려는 작가님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고립된 배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 인어를 찾는 소녀.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오해와 반목. 긴 글은 아니었지만 여러가지를 다채롭게 느껴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글을 읽어나가면서 소녀가 보는 세상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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