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에서 이미 유혹 당했다, 소금 장수는 외계인?!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소금 장수 이야기 – 장자못 편 (작가: 이마콘,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3년 3월, 조회 41

– 시신은 온통 흑색이었다. 군데군데 이미 구더기마저 슬어 있었다.

소설의 첫 시작점이다. 이 두 문장만으로 나는 이 소설 <소금 장수 이야기 – 장자못 편>에 매혹 당했다. 이다지도 담단한, 허나 참상이 진하게 밴 문장이 있을까. 온통 흑색으로 발견된 죽은 자가 누구에게 어떻게 살해 당했는지 알아내기 위하여 이매는 소금 장수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이 일을 제외하고서는 밥벌어먹기 힘들어서다. 요약하자면 죽은 자는 문 장자네 하인으로, 문 장자는 구휼미에도 이자를 쳐서 받는 구두쇠다.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매는 문 장자의 의뢰에 따라 소금 장수에게 살인 사건 의뢰를 한 것처럼 그려진다.

두 사람이 찾아낸 수사의 포인트는 다름 아닌, 시주승이다. 시주 스님에게 문 장자가 똥 한 바가지 퍼줬으니 (정확히는 그 죽은 아저씨가 명에 따라 뒷간에서 퍼주었다) 원한을 가질만 해서다. 이상하게도 소금 장수는 시주 스님에게 집중하기 시작하고, 그들은 온갖 소문이 몰려드는 기루로 간다. 이곳에서 근방에 사라진 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최 씨 과부에 대해 알게 되는데, 그녀가 홀로 살고 있는 집에서 또 하나 수상한 점을 목격한다.

홀로 키우던 아들이 죽고 정신줄을 놨던 최 과부가 멀쩡할 뿐 아니라, 그 집에 열 댓명 정도의 아이가 있어서다. 그 아이들은 모두 다 최 과부의 아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싶을 즈음에 이 소설은 외계인을 데려와서 판을 더 키우고,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소금 장수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쫓고 있는 시주승은 하늘을 건너온 외계인이다. 외계인은 인간을 닮은 존재인 은둔자와 인간과 닮지 않은 존재인 하늘나기로 나뉘는데, 인간과 닮을 수록 위험한 놈들이며, 제 2형 하늘나기는 은둔자가 아니어도 인간처럼 머리를 쓸 수 있다.

살인 사건 추적으로 시작해서 외계인으로, 외계인과의 대결으로 판을 키워가는 전개가 좋고, 담백하고 짧은 문장으로 몰입감이 있어서 좋았다. 허나 조금 정리가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읽으면서 계속 들었다. 상황, 사건, 인물의 변화에 따른 부연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하다 싶은 순간에도 이야기가 와다닥 나열되다 보니 독자로서 여기가 어디인지, 어떤 인물의, 어느 시점의 이야기인지, 이들은 왜 이러고 있는지 헷갈려서다.

핵심적으로 이 소설만 읽으며 파악하기는 입장에서 이매가 왜 소금 장수에게 사건을 의뢰했는지, 진짜 의뢰자가 문 장자가 맞는지, 일개 하인의 살인 사건으로 소금 장수에게 의뢰한 사유는 무엇인지, 소금 장수에게 조사할 때 쓰라고 돈을 준 이는 누구인지(천애고아에 돈 없는 이매가 줄 리가 없으니), 외계인들은 어째서 지구 땅에 와서 위험한 짓을 하는지, 소금 장수는 어째서 외계인을 쫓는지, 외계인이 이매의 기운을 끌어내 만들어낸 호랑이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풀리지 않는 의문사항이 많았다.

물론, 소설을 씀에 읽어서 많은 설명이 필요하진 않다. 설명을 너무 많이 하거나 장면을 설정해두면 읽는 이의 재미를 앗아갈 수도 있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소설이 진행되는 데 해결되어하는 의문사항들이 해소되지 않다 보니 나는 뒤로 갈수록 집중력을 잃었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가다 보면 이매가 ‘문 장자에게 시집갈 팔자’였다라고 말하는데, 대체 이매의 신분은 무엇이고 어떤 백그라운드 상황이 있었기에 그렇게 됐는지 납득이 안 돼서 응? 스러울 뿐이었다. 또한, 결말에 보면 소금 장수 역시 얼굴에 뿔이 달렸던 은둔자가 맞는데, 어째서 쫓는 자가 되었는지도 이야기가 더 필요했다.

이 소설이 단편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길게 이어지는 장편의 일부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의문점이 많은 상태로 끝나다 보니 첫 두 문장을 읽고 오호, 이런 소설이! 하며 반가워했던 입장에서 너무 아쉬웠다. 또한 문장이 담백하고 사건 전개가 빠르다는 장점 역시 있다. 허나, 설명이나 설정이 필요한 부분이 스윽 넘어가고 상황, 인물에 관한 명확한 상황 묘사, 설명이 없어서 집중력을 잃게 했다는 점 역시 아쉬웠다.

기본기가 탄탄한 소설이니 앞의 기세를 마지막까지 끌고 나갈 다음 소설을 기대한다. 오랜만에 쿵쿵 뛰는 심장으로 읽기 시작했고, 실상 마지막까지도 잘 읽혔다. 그저 아쉬울 뿐이다. SF와 한국적인 정서, 역사, 설화를 엮는 시도는 내게 좋아하는 거여서 더 그럴 테다. 나와 다른 의견이 있을지, 나와 같은 의견일지 궁금하다. 길이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니 시간이 된다면 단숨에 읽어보도록. 댓글로 리뷰 평을 남겨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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