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을 찾는 사람, 고양이를 찾는 사람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협탐(侠探) – 고양이는 없다. (작가: 진산, 작품정보)
리뷰어: Mast, 23년 1월, 조회 25

‘협탐- 고양이는 없다’는 ‘일단’ 무협소설입니다.

제가 굳이 ‘일단’이라는 사족을 붙인 까닭은 다름이 아닌 소설의 세계관이 우리가 흔히 알만한 무협의 세상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무협소설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개방이니 무당이니 하는 문파와 각 인물들이 펼치는 어려운 한자 가득한 기술들, 그리고 경제활동과는 동떨어진 끝없는 수련과 연마가 가득한 세계관은 어쩐지 마음붙이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런 제가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협소설로 분류되는 이 소설을 완독할 수 있었던 까닭은 소설의 장르가 아닌 세계관에 깊은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십대 고수와 아홉 문파와 열두 방파간의 오랜 싸움이 종결된 태평성대.

검의 세상이 가고 온 만민들이 바라 마지않던 평화가 도래한 강호.

 

태평성대 강호!

그것도 꿀 항아리에 몸을 담그고 유혈의 옷을 벗어버린 무협의 시대라니! 이건 못 참지!

대충 이런 마음가짐으로 냅다 코인을 결제하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만 강호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한들 무림인들이 싸움과 함께 하늘로 증발해버리는 건 아닙니다. 전국시대에는 수련을 하여 실력을 갈고 닦고 이를 기반으로 창칼을 그런대로 휘두를 줄만 안다면 먹고 사는 일이 나름 수월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체제가 정비되고 안정화가 된 평화의 시대에선 무인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이러한 시대에선 애초부터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무림인들 또한 하루하루를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 일이 필요합니다.

 

주인공의 직업은 협탐입니다.

직역하자면 협을 찾는 사람, 다른 말로는 탐정이죠.

벌이는 그리 좋지 못한다고 합니다.

기묘하고 억울한 사건사고가 줄어든 시절의 탓이 반이요, 나이가 들고 못생긴데다가(저는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평가하는 사람의 말을 믿는 편은 아닙니다만) 내담자를 홀릴만한 지혜가 부족하다라는 역량 부족을 나머지 반으로 유흥가 뒷골목에 자리한 그녀의 점포는 종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기만 하는 형국입니다. 무술 솜씨는 상당한 수준인 듯 합니다만 탐정이란 칼을 잘 휘두른다고 의뢰를 따낼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렇게 이일 저일을 따질 형편이 아닌 주인공의 앞으로 오래간만에 의뢰가 하나 접수됩니다.

의뢰주는 열 살쯤이나 되어보이는 소녀.

성에서 가장 유명한 객잔 ‘금전루’의 딸인 소녀가 주인공에게 밝힌 의뢰내용은 바로

“내 고양이를 찾아주세요”였습니다.

이름은 금동이, 나이는 아마 다섯 살.

털색깔은 고운 황금색에 진한 금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

주인공은 고양이의 수색에 착수합니다.

 

시시껄렁한 고양이 찾기는 그러나 영 이상한 국면을 맞이합니다. 고양이를 찾기 위해 방문한 금전루에선 그 누구도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고양이는 없다’

‘고양이는 절대 기르지 않는다’라고요.

심지어는 금전루의 마님. 그 누구보다 아이를 믿고 지지해주어야 할 어머니는 딸아이에게 허언증이 있다라는, 그녀의 명예에 영 좋지 못한 말을 그날 처음 본 외부인에 불과한 주인공에게 서슴치 않고 늘어 놓기까지합니다.

주인공은 그럼에도 일단 탐색을 이어나갑니다. 그런데 정말로 금전루에는 고양이의 흔적이랄게 없습니다. 물그릇 밥그릇도 원래는 있었으나 없어졌고 심지어는 털조차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소녀는 ‘그건 엄마가 대청소를 해서 그렇다, 그것도 밤새도록 청소를 했다’라고 주장합니다만… 뭔가 애가 하는 말이 좀 요상하죠? 정말로 허언증이 있는 건가 싶은 대목입니다.

고양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굳이 객잔의 사람들을 동원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애초부터 고양이는 없었노라고 말하라 입단속을 해야 할 까닭이 무엇에 있을까요?

어쩌면 고양이는 정말로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객잔루 마님의 뱃속에 든 동생(아들로 추정)이 태어날 날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불안감을 느낀 소녀가 허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일으킨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저 소녀의 허언증으로 치부하기에는 객잔의 분위기가 묘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고양이는 애초부터 없었다… 아니 없어야 한다는 듯이 집요하게 잡아떼는 그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이 뻔합니다.

과연 고양이는 있을까요? 아니면 부잣집 외동따님의 귀여운 거짓말에 주인공은 놀아난 것에 불과할까요?

 

개인적으로는 그저 단편으로 끝나지 않고 장편 시리즈물로써 주인공이 이끌어나갈 다양한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소설

 

결말이 궁금하다면 보러오세요!

‘협탐- 고양이는 없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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