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그 무거운 이름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미레로 (작가: 적사각, 작품정보)
리뷰어: 소금달, 23년 1월, 조회 38

어릴 적 들었던 이야기다. 부처님이 출가를 결심하고서야 아내의 임신을 알게 되었는데, 태어난 아들이 자신의 출가에 걸림돌이 된다 여겨 그 이름을 ‘라훌라(장애)’라고 지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부처님같은 위대한 분이 자기 아이를 장애물 취급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생존본능만큼이나 당연한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 순진한 믿음들은 영아 살해, 아동 방임 및 학대, 아이 유기 등의 끔찍한 뉴스들 덕에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지만. 부모-자식 관계 역시 수많은 인간관계들의 특수한 한 형태일 뿐이며, 특히 부모에게는 이 관계의 시작 책임이 있기에 더욱 무겁고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 느낀다.

이야기의 화자는 그 ‘부모됨’의 힘듦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의 가족에게 닥친 불행은 예견할 수도 막을수도 없는 천재지변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고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의 대처법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그의 독단으로 인해 결국 가정은 파괴되고 만다. 그가 다시 ‘아빠’가 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은 이 글에서, 그는 쉼없는 후회와 번뇌, 고뇌와 아픔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과정인지 보여준다. 그가 치러할 댓가는 선혈이 낭자한 그의 손으로 표상한다.

부모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부모는 자식을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무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어려운 질문을 받아들고 고군분투하다 지처버린 화자의 모습은, 글 초반부에 반복해 묘사되는 낡은 캐리어를 연상케 한다. 그는 낡은 은색 캐리어 자체가 아닐까? 처음 가정을 꾸리며 반짝 빛났던 그는 해가 갈수록 낡고 닳아 이제는 바스라지기 직전으로 낡고 쇠락해 버린듯 하다. 그러나 이 여행을 계기로, 그는 다시 가정을 꾸릴 것이고 새로워질 것이다. 그렇기에 그 낡은 캐리어는 후반부에는 더 이상 언급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가지 궁금한 것은, 왜 제목이 [미레로]일까 하는 점이다. ‘미레에게로’가 아니라, ‘미레로’. 부족한 머리와 상상력으로는 마땅한 답을 찾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여담으로, 최근에 이 작가님의 다른 글(대나무숲)도 읽었는데, 모두 ‘부모-자식’간의 이야기가 부모의 입장에서 전개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느쪽이나 부모됨은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도. 덕분에 좋은 부모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좋았다. 양쪽 글 모두, 화자들이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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