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올도 빠짐없이 일정한 두께로 돌돌 말려 있는 머리카락과 요정처럼 뾰족한 귀가 신경질적인 인상을 자아내는 한 젊은 수사가 있다. 아기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태어난 바오로 수사는 눈부신 외모의 청년으로 자라났다. 수도원 안에 자신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고, 스스로 이야기할 만큼 누구나 인정하는 외모를 가졌지만 신은 공평한 것인지 그 외모 외에는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일도 잘하지 못했고, 늘 실수해 하루도 혼나지 않는 날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사람으로부터 ‘곡경’이라 불리는 물건을 받게 된다. 그것은 반대편에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 그림이 있는 거울이었다. 바오로는 자신의 방에 곡경을 두었고, 며칠 뒤 공경의 그림이 사라지고 한 얼굴이 나타나 그에게 말을 걸어 오기 시작한다.
수도원이라는 폐쇄된 공간, 아름다운 외모의 젊은 수사,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상 쩍은 물건이 만들어 내는 스산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바오로는 곡경을 통해서 나타난 얼굴을 신이라 여기며 그와 대화하고, 그를 어루만지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순식간에 계절이 지나가고, 수도원 내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과연 곡경을 통해 보여지는 그 얼굴과 목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이었던 것일까. 호러 장르로 구분되어 있는 작품이지만, 오싹하다거나 무서운 부분보다는 미스터리한 분위기 연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나 표현이 많은데, 왜 꼭 젊은 사제들은 미소년처럼 그려지는 지 살짝 궁금해졌다.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아일랜드>의 차은우, 그리고 숱한 웹툰 등에서도 비슷한 캐릭터들은 항상 그런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실을 초월한 듯한 신비로움을 주기 위해서 일까, 그저 인간의 탐미적인 부분을 채워주기 위함일까, 공포라는 원초적인 감정과 맞닿아 있는 욕망을 그리기 위한 것일까 생각해 본다. 세상 모든 문제는 가져서는 안 될 것을 탐하거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탐하는, 금기를 벗어나는 순간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말이다. 새로움이 있던 자리에 무수함이 남았고, 앎이 있던 자리에 악몽이 남았으며, 망각이 있던 자리에 기억이 남았다. 마지막 문단의 여운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