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받고 싶었던 사람과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 감상

대상작품: 몰락 (작가: 번연, 작품정보)
리뷰어: 쎄씨, 17년 6월, 조회 69

고딕풍의 세계관. 제가 10대였으면 더 좋아했을 세계관이에요.

실은 제가 로사(Rosa, 장미라는 뜻이죠.)라는 세례명까지 있고, 견진까지 끝낸 모태 가톨릭 신자거든요. 냉담 중이지만.

그래서인지 천사와 악마 나오는 소설 좋아해서 꽤 찾아 읽는 편입니다.

 

작가님께서 해당 세계관을 가진 단편을 여러 개 쓰셨는데, 그 중에서 이 단편을 리뷰하는 이유는 굉장히 인물들의 감정이 쥐어짜듯이 뚝뚝 떨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라서에요.

감정이 절절하게 쏟아져내리는데 그게 납득이 가서 좋았어요.

 

여자의 몸으로 성직자의 자리에 올랐기에 주변은 편견으로 대하는 사람들로 가득한데다, 생각하고 보는 것 역시 남들과는 달랐던 니키타.

그녀는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길 원했고, 키릴츠도 마찬가지로 쇠락한 자신의 가문과, 동쪽에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합니다. (동쪽이 차별을 미묘하게 받는 세계관인가 봅니다)

이렇게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자치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하지만 니키타는 이해받고 싶어서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키릴츠는 명예를 위해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듯 했어요.

제가 보기엔 여기서 니키타는 키릴츠를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안됐습니다. 둘이 보는게 너무 달라요.

물론 키릴츠는 니키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해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기서 이 둘의 불행은 시작 된 것 같아요.

 

니키타는 키릴츠가 억지로 자신의 말을 듣게하고 또 그를 강제로 곁에 둠으로서, 결국 이해받을 거라는 아주 작은 가능성(원래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까지 사라져 버렸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순간에 키릴츠를 찾는 것 보고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분명 애증으로 시작한 관계인 것 같은데, 마지막에는 이게 무슨 관계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이미 사랑도 아닌 것 같고, 증오도 아닌 것 같고, 이건 정복욕인 것 같아요.

다 읽고 나서 허무한 감정이 차오르더라고요. 전반적으로 이 들의 엇갈림을 굉장히 안타까워 하면서 읽었어요.

 

작가님은 중2중2한 이야기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뭐 세계관만 보면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요(야)

그 것보다는 사람이 어떻게 해도 원하는 대로는 컨트롤 할수 없는 감정 및 상황을 얘기하는 글이라서 좋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평생 마음이 통할 일이 없을 거 같아요. 안타깝네요.

 

마지막으로 같은 작가님의 단편인 Deesis와 연결되는 소설이니, 몰락을 읽고나서 Dessis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상으로는 Deesis가 더 앞인데, 안 읽으셔도 몰락만 읽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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