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어떻게 보지도 않았는데 좋아한다고 생각했지? 하고 되짚어 보니 다른 만화나 소설에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캐릭터를 통해 알음알음 주워들으며 호감을 쌓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는 내가 제대로 읽은 첫 추리소설일지도 모른다. 분명 유명한 추리소설 시리즈들의 표지를 본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회빙환이라고 합쳐 부르는, 회귀, 빙의, 환생물도 읽은 적이 없었다. 요즘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재밌겠지~ 해놓고 여태껏… 한 작품도… 그러니 나는 이 작품 하나로 낯선 장르 둘은 한 번에 접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이렇게 재밌었나? 하루에 한 편씩 읽다가 마지막엔 몰아 읽었고 흡족해하면서도 이제 내가 볼 수 없을 이 세계의 내일을 아쉬워했다. 완결이 나서 그렇게 우르르 봤으면서… 사람 속은 참 이상하기도 하지.
다 읽고 나니 그간 조각조각 난 감상으로만 접한 추리소설을 친구랑 떠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본 기분이었다. 왜,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전혀 모르는 친구가 보고 있으면 옆에서 이것저것 부연 설명을 해주고 싶어지지 않은가. 덕분에 시종일관 아, 그런 거였어? 여기선 다들 이래? 재밌네~ 하면서 마지막 편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목표라도 달성한 것처럼 다른 것도 보고 싶어져서, 또 이런 거 없나 물어보려고 돌아봤는데 그 친구가 홀연히 떠난 느낌. 실제로는 내가 보는 앞에서 할 말 다 하고 갔지만, 재밌게 읽었으면서도 남겨진 기분에 한동안 끙끙거렸다. 우리 즐거웠잖아… 흑흑.
이래놓고 레나 브라운 시리즈로 다시 만나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너무 잘나가서 낯을 가리는 것처럼 어색할 것 같지만… 당장은 주인공의 만족스러운 새 출발을 축하해주고 싶다.
내게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는 경쾌한 마당놀이 같은 작품이었다! 실컷 떠들고 신나게 놀았으니 이젠 집에 돌아가 종종 추억으로 곱씹을 예정이다.
들어간 게 주인공의 자의는 아니었지만,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속 세계는 독자에게 너무 위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