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많이들 들어본 격언일 것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성실하게 꾸준하게 임할 것. 그러면 언젠가는 노력이 빛을 볼 것.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무언가를 하라는 말이다.
‘나’는 노력을 쏟아부을 대상으로 「됴…」를 선택한다. 「됴…」는 고리를 목에 걸로 훌라후프처럼 돌리는 행동으로, 지구에서야 괴상한 행위-을 넘어서서 심지어는 정신병으로 의심할 수 있을 만한-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주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다. 어느 날 「아투티테 오토티」라는 종족의 스카우터인 칵틱큭틱을 만나면서 ‘나’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됴…」 선수로서 명성을 날릴 것이라는 희망도 잠시, ‘나’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주 종족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15위 언저리에서 맴돌 뿐. 심지어 후배한테 경기 성적을 추월까지 당하면서 결국 나는 우주 생활을 청산하고 지구로 다시 되돌아온다. 돈도, 경력도, 학력도 아무것도 없이 서른이 넘은 채로.
여긴 지구지만 우주공간에 버려진 것 같다.
는 독백으로 ‘나’가 느끼고 있는 좌절감과 절망, 실패감, 무력감을 엿볼 수 있다.
‘나’의 인생은 스케일이 우주적이어서 그렇지, 핵심만 따져보자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모습 중 하나다. 고시든 예체능이든 투자든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모든 노력을 쏟아부으며 ‘올인’했던 그 무언가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거두지 못하고 실패를 맛봐야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단지 그 실패의 규모만 차이가 있을 뿐. 그럴 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감정을 곱씹을수록 비관의 그림자는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잠식한다.
어쩌면 나는 또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도. 이젠 우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 지금까지 내가 해온 선택이 모두 잘못이었는데 지금 이것도 잘못이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겠는가.
이미 ‘나’가 느끼고 있는 우울감이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한번 실패했으니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니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던가? 물론 정답은 알고 있다. 아니라는 걸. 그러나 이성과는 별개로 받아들이는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왜 나는 실패했을까, 왜? 이걸 계속 되새길수록 나는 쓸모없는 인간인 것 같고, 실패자인 것만 같다. 어디에선가 본 말이 있다. 결과까지 받아들일 줄 알아야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고. 노력했다는 말이 곧 최선을 다했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지만, ‘나’의 작중 행적을 보면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걸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까지 수용하고 지구로 돌아왔다는 점까지 모두.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라, 노력해도 ‘나’에게 주어진 몫은 단지 그뿐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진짜 소용없는 노력을 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망한 것일까? 아직 인생은 길고, ‘나’는 이제 초반부를 벗어났다. 빈말이라도 ‘나’의 인생은 성공적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됴…」를 잘하기 위해 보냈던 시간과 우주의 스포츠 스타로 생활하면서 겪은 그 모든 경험은 고스란히 ‘나’에게 남았다. 그 과거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됴…」의 불모지 중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지구에서 「됴…」에 대한 의지 하나만으로 우주 스카우터까지 불러낸 그 열정이라면 ‘나’는 반드시 또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