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운이 좋기를 소망한다.
운이 좋아서 복권에 당첨되기를, 운좋게 승진하기를, 운좋게 질좋은 물건을 싸게 사기를, 운좋게 사고를 피해가기를.
어쩌다 일이 잘 풀리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라며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나도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하나다. 경품 추첨 이벤트에 응모하면서 괜히 1등에 당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번주 로또 1등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등등. 내가 이런 소망을 말할 때마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은 늘 이런 말을 한다.
“사람한테는 운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 그러니까 그런 자잘한 일로 운을 쓰기보다는 차곡차곡 모았다가 큰 일에 운을 쓰는 게 더 좋은 거야.”
언뜻 들으면 이해가 잘 되질 않는다. 운은 말 그대로 우연일 뿐이지 않을까?
그러나 하룬을 보면 그 사람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짝 결이 다른 것 같다 싶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행운이 주어진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운이 찾아오는 하룬의 ‘축복’이 마냥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사소한(?) 행운을 누렸을 뿐인데 그 반동으로 마을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걸?
하룬 본인 자신도 그걸 느끼고 있는지 자신의 축복을 무효로 돌릴 사람을 찾아 무에게 다다른다. 무가 가지고 있는 ‘축복’은 바로 축복을 무효로 돌리는 것.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무의 능력이 온전히 발휘되려면 24시간 내내 무와 붙어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룬은 절망한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교회에서 사제가 찾아오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하룬을 이끈다.
본인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주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는 불행을 가져다주는 축복의 소유자인 하룬과 모든 축복의 효과를 백지로 돌릴 수 있는 무. 말만 들어도 상극의 조합이다. 둘은 성격도 정반대라 만나기만 하면 아웅다웅 투닥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이 둘의 만남이 끝에서 어떤 결말을 맞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하룬이 바라는 대로 자신의 축복을 없앨 수 있을까? 무는 자신의 본명을 되찾고 리버와 고리와 함께 조용히 살 수 있을까?
작가님이 빨리 이야기를 풀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