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1화부터 23화까지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래된 미래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독자는 이미 서로 모순된 언어가 교차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은 과거를 뜻하기 때문에 ‘미래’라는 명사와 호응되지 않아요. 그러나 독자는 논문이나 칼럼을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읽습니다. 문법적인 논쟁은 잠시 뒤로 제쳐두고 ‘비티’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집중해보세요.
작품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비티작가는 자신이 이해한 언어를 분해하고 조립하고 재구축합니다. 소설 창작이라는 작업 속에서 비티작가는 이야기의 형태를 창조합니다. 그가 창조한 언어들은 SF 소설에서 보기 드물게 정제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분기불가능점과 소급적 회귀’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는 비티작가가 창조한 언어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순수하고 본질적인 창작품입니다. 비티작가는 실제로 많은 책을 읽으며 사고를 정리합니다. 머릿속에서 여러 알고리즘을 따라 한 문장씩 완성합니다. 언어를 가공합니다. 그리고 가공한 언어를 글로 풀어냅니다. 띄어쓰기를 할지 말지, 이 문장을 붙일지 말지.
몇 시간 동안 고민한 흔적이 정제된 언어로 도출됩니다. 흔히들 SF소설은 공상과학소설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기계적인 글을 씁니다. 그러나 비티작가의 SF소설은 문학적입니다. 공상과학의 틀을 가지고 실험적인 설계를 마친 뒤 정제된 언어로 풀어냅니다. 그의 언어는 시어같습니다.
시어를 소성하여 산문이라는 조각상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각가 이수경 작가(1963년~현재)를 좋아합니다. 특히 그녀가 만든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그녀는 깨진 도자기 조각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가치를 알아보았습니다. 도자기 장인의 엄격한 기준에 미달되어 가마에서 나오자마자 버려진 도자기 파편은, 이수경 작가의 손에서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탄생합니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이어붙이며 깨진 것들을 위한 시를 짓습니다. 비티작가의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2022년 5월 17일 오후 9시 12분 기준으로 23회차까지 업로드한 상황에서, 비티작가는 비가역적인 언어들을 조립하여 정제된 글을 창조합니다. 댓글창을 읽어보면 어려운 말을 많이 써서 읽기 힘들어하는 독자들도 몇몇 보입니다.
그러나 정순된 언어는 비티작가의 머릿속에 내재된 ‘실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입니다. 수려하게 가공된 글은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소설들과 결이 다릅니다. ‘이세계’, ‘흔해빠진’, ‘로판형’, ‘빙의물’, ’00풍’과 같은 양산형 소설에 질려버린 독자에겐 깊은 산미가 느껴지는 원두커피 한 잔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즐기지 마세요. 인스턴트 소설만 읽지 마세요.
진한 향기를 뿜어내는 콜롬비아 슈프리모를 음미해보세요. 당신의 지친 하루의 고됨을 씻어줍니다. 비티작가의 글을 소리내서 읽어보세요.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문단과 문단 사이에서 음률이 느껴집니다. 비티작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대면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비티작가는 고작 21살의 성인남성에게서 보기 힘들 정도로 속이 깊습니다. 그의 정신연령은 35세 대학원생 같습니다. 진짜입니다. 외모도 35살처럼 생겼습니다. 정말입니다. 흠흠. 암튼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지요. 저는 ‘오래된 미래 이야기’를 1화부터 23화까지 쭉 정주행하면서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저 혼자서만 보기 아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티작가의 ‘오래된 미래 이야기’를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숨은 보석같은 명작입니다. 비티작가가 절필하지 않고 부디 오랫동안 글을 써주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작성날짜 : 2022년 5월 17일 오후 9시 32분)
by 난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