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반흔 (작가: 번연, 작품정보)
리뷰어: 이연인, 17년 6월, 조회 110

주의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그리고 저는 스포일러를 따로 가리지 않을 겁니다.

 

번연 작가님은 이미 여러 매혹적인 단편들로 제 심장에 직격탄을 쏘아올리신 바가 있습니다…그런 이유로 저는 작가님이 장편 연재를 시작하셨을 때에도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연재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두어 달이 지났고, 작품은 완결이 났습니다. 마침 작가님께서 리뷰 공모까지 올리셨군요. 언제나 그랬듯이 저는 작품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는지와 꼭 읽어보시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을 주로 쓸 겁니다.

 

1. 특이한 시대적 배경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작품에는 #가상역사물이라는 태그가 붙어 있습니다. 1회 중반까지만 해도 대체 이 태그가 뭐지…싶었는데, 조금 읽다 보니 튀어나오는 ‘고구려’라는 이름에 하마터면 눈이 튀어나올 뻔 했습니다. 거기다 뒤이어 ‘백제’와 ‘신라’라는 지명도 언급됩니다.

백제와 신라는 이미 통일된 지 오래이지만 고구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재적인 주적이었다가 통일된 지 시일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남녘인과 북녘인 사이의 편견과 지역감정도 엄청난 상황…주인공 중 한 명인 고모진 경위는 고구려 왕족 출신이라고 하고, 주인공의 팀원 중에는 서역인(피부 색상으로 봐서는 인도나 아마 그쪽쯤 아닌가 싶습니다만)의 피가 섞였다는 사람도 나옵니다. 게다가 뒷 회차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겪었다는 언급까지…

대체 이 평행세계에서는 역사가 어떻게 굴러왔을지, 절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흥미와는 별개로 초반에는 작가님께서 왜 굳이 이런 특이한 배경을 채택하셨는지 썩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2. 강렬한 캐릭터들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투톱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최재혁 팀장과 고모진 경위는 물론, 최 팀장과 함께 근무하는 팀원들이 제각기 뚜렷한 특색을 지니고 있고, 그러면서도 상당히 현실성이 넘칩니다. 아무 곳이나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해서 형사팀으로 들어간다면, 정말 작품 속에 있는 형사들과 똑같은 형사들을 실제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건사고가 현실성이 넘치며 대단히 생생합니다.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사고 역시 현실감이 상당합니다. 정말로 어떤 지역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문장이 그리 길지 않고 묘사도 간단하지만 놀랍게도 읽는 동안 장면이 저절로 눈앞에 그려집니다.

후반부에 두 주인공이 함께 산을 타는 장면을 읽는 동안에는 저마저도 무심코 숨이 가빠지더군요…개인적으로는 작품을 읽으면서는 팀원들이 잠복도 하고 여러모로 애쓰면서 사건도 해결하고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는, 그리고 처음에는 겉돌던 고모진 경위가 차츰차츰 스며들어가는 장면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4. 시원시원한 전개, 그리고 결말

하지만 완결을 보고 나니 곁가지를 쳐내고 주된 서사에 집중하는 게 여러모로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 읽을 때에는 사실 저도 모르게 최재혁 팀장에게 이입했는지, 고모진 경위가 일부러 교류에 자원해서 넘어온 목적이나 그의 유별난 신분이나 자꾸만 겉도는 태도 등이 거슬리기만 할 뿐 별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나서 다시 봤더니 작중의 거의 모든 내용들이 다 작가님께서 깔아두신 복선이더군요. 그리 짧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길다고도 하기 어려운 분량에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었을 이야기를 상당히 잘 담아내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말 역시 이 작품이 낼 수 있는 최상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한 제목에 담긴 의미나, 작가님께서 왜 이런 배경을 선택하셨을까…하는 의문 역시 조금은 풀렸습니다. 어쩌면 제가 도출해 낸 답이 작가님이 의도하신 바와 다를 수도 있지만요.

 

5.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작품을 쓰시느라 엄청난 고초를 겪으셨다는 걸 알고 있는지라, 차마 길게 써 달라고 더 이상 떼쓰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배경과 캐릭터들을 원고지 400여 매 안에 가둬버리는 건 너무나 잔혹한 일이 아닐까요…

 

각설하고, 꼭 한 번은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처음 기대한 바와는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일단 결말까지 읽고 나면 결코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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