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발전기가 나오는 하드SF 백합소설, 이라는 소개글에 끌려 읽게 됐습니다.
SF치곤 이야기 자체는 좀 뻔하게 흘러갑니다. 거대기업의 논리에 인간의 윤리가 무너지는 걸 보며 갈등하는 이야기,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생각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전개는 전형적인 전개를 선택한 느낌입니다.
다만 피폐물? 적확한 단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민주와 서린과 같은 관계는 잘 쓰면 충분히 감정에 호소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단편에선 그게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제가 느끼기론 백합소설, 이라고 캐릭터 소설을 표방하기에는 캐릭터가 많이 경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메인캐릭터 둘 다 감정표현이 적은 인물들인 점도 그런 느낌에 일조하고요. 둘이 처한 상황과 감정이 이해는 되지만 멀리서 보는 느낌이랄까요? 감정표현이 적은 성격은 어쩔 수 없지만 좀 더 민주와 서린의 관계에서 애틋함을 느낄 수 있도록 두 사람의 감정이 발전하는 과정 쪽을 더 많이 조명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희노애락 모두 희미한 거 같습니다.
마지막 프로포즈 반지 이미지는 아름다웠습니다. ‘영원한 것을 동경해서’라는 제목임에도 마지막 순간에는 영원하지 않을 것 앞에서 고백하고, 또 받아들인다는 점이 절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