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1화부터 1부 후기까지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작년에 포스타입에서 ‘모이라이의 총아’를 처음 접해서 읽다가 브릿g를 들어가서 어제 전부 다 읽게되었다. 작가인 파이드파이퍼가 소개하기로 이 소설은 사생아에 외국인이며 이교도인 개룡남 남주 아슈라드가 전생에 기억을 가진 체 자색혈통의 고귀한 황녀 필로메아에게 구혼&결혼하기까지 여정을 담은 로맨스 역사 소설이다.
읽는 동안 작가가 동로마 고증을 위해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는 것을 알았다. 직함과 지역, 이름까지 세세하게 조사해서 소설에 반영했다. 양산형 로판(책 빙의물, 이세계 환생 등)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을 위해 양산형 로판의 플롯을 따라가되, 이 소설은 ‘베르사유의 장미’나 ‘하늘은 붉은 강가’ 같은 고전명작 순정만화처럼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써냈다.
필자는 남자 조연으로 아델히스를 밀고 있었다. 아슈라드X필로메아X아델히스 삼각관계로 생각 중이었다. 왜냐면 아델히스는 ‘베르사유의 장미’에 등장하는 제로델을 연상시키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젠장… 내 주식은 개쓰래기 주식이었다. 아델히스 개객기. 이 놈은 갱생불가 쓰래기이다.
어머니의 혈통에 대한 콤플렉스와 불우한 과거가 등장해서 ‘아 그래서 고귀한 황녀 필로메아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했구나!’ 까지는 이해하겠다만… 하… 내 주식은 쓰래기가 되었다. 암튼 그래도 필로메아가 활력을 되찾고 아슈라드랑 1녀 1남을 생산하는 데 까지 봐서 매우 기쁘다. 해피엔딩 최고!
그리고 또 인상깊은 캐릭터로는 부황후 겸 리키아 여공작 멜리테가 있다. 넘모나도 소녀가장, k-장녀 스멜이 나는 캐릭터라서 눈길이 갔다. 멜리테는 잘 풀리길 내심 기원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그런 가부장제 슬하에서 자란 어머니, 밑으로는 돌봐야하는 여동생들, 딸이라고 후계자 교육도 못받는 신세, 일찍 철들어야 하는 포지션에 놓여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황태자비가 되면서 사정이 나아지게 되어 기분은 좋았지만, 결국 이것도 시아버지라고 하는 가부장의 뜻에 따라 교육도 받고, 신분도 높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영 찜찜했다. 멜리테가 가진 리키아 공작령을 손자에게 물려주기 위한 큰 그림으로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멜리테가 2부에서는 행복하기를…
그리고 여주인공 필로메아. 소설 초반에는 자색혈통의 포르피르옌니티 황녀로 태어난 고귀한 공주님의 우당탕탕 성장일기 같은 느낌이었다. 아버지, 오빠에게 사랑받고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받는 공주님이 대체 데굴데굴 구른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델히스 개객기… ㅠㅠ 필로메아가 너무 자기자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여주인공에다가 고귀한 황녀님이라고! 좀 더 도도하고 당돌해지란 말이다! 우쒸! 암튼 연약한 몸뚱아리로 나이 많고 허벅지 튼실한 남편과 애기 둘을 키우게 된 어머니가 되었다. 어머니가 되었지만 아직도 소녀같은 필로메아… 행복했으면 좋겠다. 2부는 필로메아의 육아일기가 되는 것일까? 그래도 좋지만, 2부에서도 아이들과 남편에게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필로메아 개인에게 포커스가 더 맞춰졌으면 좋겠다.
여자의 인생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어머니로 귀결되는 게 보기 싫은 것도 있다. 1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필로메아 개인의 서사를 그대로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시대를 생각하면 여성이 독립적일 수가 없겠지만, 2부에서도 필로메아의 서사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고귀한 황녀여,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