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인간일까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리시안셔스 (작가: 연여름, 작품정보)
리뷰어: DALI, 21년 12월, 조회 126

역사가 기록된 이래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거래했던 사례는 그리 드물지 않다. 그건 곧 인간의 존재 양식과 그 의미를 도구적으로 규정하는 일이 당대의 윤리규범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것도 수천 년 동안이나. 이는 분명 보편 인권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현대 국가의 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분제에 귀속되어 있었던 근대 이전의 인간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이라는 동일선 상에서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

 

이 물음에 어떤 식으로든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과 인간성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아야 한다. 현재의 인간이 과거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명제가 성립 가능하다면, 지금의 우리 역시 인간성이라는 스펙트럼 위 어딘가에 놓인 미완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전의 인간과 지금의 우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경계선은 어디에 그어져 있을까. 우리는 지금 얼마나 인간이고, 미래에 얼마나 더 인간적으로 변해갈 수 있을까. 「리시안셔스」는 바로 그 점을 찌르는 날카로운 창끝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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