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사랑하는 아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나는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어 차마 그 심정을 짐작하지는 못하겠다. 무혁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아들이 사라진 걸 알고 무혁은 아들을 찾아 헤멘다. 지호를 잃고 헤메는 무혁을 보면서 안쓰럽다가도 그와 동시에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그랬냐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던 지호를 방임하던 무혁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유괴된 아이만 제일 불쌍한 처지에 놓이게 된 거지. 무혁은 아내와 사별한 후로 제대로 지호를 돌보지 않았고, 게다가 지호가 유괴된 날은 지호의 생일이었다. 지호를 아껴주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며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아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왜 있을 때는 소중한 줄을 모르는 걸까.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데. 나도 무혁처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막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5년 후 지호와 재회하게 되지만 무혁의 생각과는 달리 관계가 영 데면데면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전에 지호를 유괴했던 용철에게 협박을 받게 되면서 무혁은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린다. 결국 클라이막스까지 무혁과 지호는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 용철과 지호 사이에 형성된 라마 신드롬과 스톡홀름 신드롬, 그리고 무혁에게 홀대받았던 과거의 기억이 그 원인이 된 것이 아닐까. 용철과 지호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작중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지는 않아 그것이 좀 아쉬웠다. 감정을 묘사하는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깊이 있게 보여주거나 혹은 더 자주 언급했다면 어땠을까.
용철은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아들 주승이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 도구로 지호를 선택했다. 용철이 무혁과 대치할 때 언급했듯이 지호가 희생양으로 선택된 건 그야말로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냥 그 때 용철의 눈에 띈 것이 지호였을 뿐. 지호가 용철에게 유괴되면서 이 이야기에는 무혁과 지호, 용철과 주승이로 구성된 두 쌍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라마 신드롬과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형성된 용철과 지호라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가 형성된다.
이 세 쌍의 부자관계가 좀 더 자세히 다루어질 줄 알았는데 별다른 언급 없이 끝나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이 세 명의 관계와 심리상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면 훨씬 더 생동감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편안하고 무난하게 짜여 흘러가는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니 나의 아쉬움은 아직 시기상조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풀어내실 후일담이 어떨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