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훈 작가님의 <에코와 사강의 연인>은 문학적이다. 연인의 사랑과 감정들을 단편적으로 풀어냈다. 짤막한 편린들이 묶여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 퍼즐같다. 작품 속에서 ‘사랑한다는 건 대체될 수 없는 것들을 품는 것’이라고 하는데 나도 그에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랑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처음에는 어떤 이유로 그와 나의 사랑이 완성될 수 있겠지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 이들을 위한 해답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날과 날이 이어져 정을 쌓아가고 있지만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연인간에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에 대한 유효기간은 각자 틀리다. 그 사람이 갖는 특징적일 수도 있고, 처음 본 순간 그대로의 모습을 각인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타인이 되지 않도록 사랑하는 부류도 있다.
끌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않고 단시간 사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롯하게 사랑하는 이도 있다. <에코와 사강의 연인> 속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한 여자만을 사랑한다. 누군가 그에게 계속해서 묻는 사랑의 질문들. 편견들. 문학 속 사랑의 주인공들 이야기들은 그의 사랑이야기와 곁들여져 마치 그의 동무들 같다. 풋풋한 사랑의 주체들은 시간이 지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킨다. 오랫동안 믿었던 ‘영원’의 의미가 시간이 지나 점점 퇴색되고 희미해지는 것처럼 남자와 여자는 풋풋함을 넘어 서서히 농익어간다. 관계가 깊어서기 보다는 세월에 따른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생물학적 나이도 먹고, 몸의 나이도 먹어간다. 그럴수록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남자와 여자로 나뉘며 서로의 성을 인지하게 되고 그것이 또하나의 하나로 묶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실 속의 사랑을 하고 있지만 마음 속에서 일고 있는 불꽃같은 사랑의 마음을 문학과 시, 노래, 영화 속에서 의미를 찾아나선다. 그 시간 속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같기도 하고 또다른 나의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마치 내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흠모하는 것처럼. 단 하나의 사랑을 하고 있고 더 이상의 사랑을 경험하기 힘들 때 우리는 또다른 매체를 통해 경험을 하곤 한다. 그것이 노래이든 문학이든 마음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누군가와 파도와 같은 사랑을 꿈꾼다. 짧지만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마치 주인공의 단편적인 일기를 엿보는 것처럼 보여지는 사랑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느껴지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