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인연이 되어줄 빨간 줄을 감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나의 인연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한수연, 나이는 삼십대 초반, 직업은 초등학교 선생님. 성격은 화끈한거 같지만 사실 쫄보? 몸에 칼대는 것을 무서워 한다. 다혈질이면서도 뒤끝이 없는 것 같기도. 그런 그녀에게 최근에 난감한 일이 생겼다. 아마도 제일 가기 싫어하는 곳인 항문외과를 가야했고, 급그야 한 의사양반에게 3기라는 소식을 듣는다. 당장이라도 병원을 나야지 싶어 뛰쳐 나오려고 하지만 그녀보다 더 화끈한 엄니께서 당장에 수술을 하라고 하는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젊은 의사양반에 묶여야했다.
은은작가님의 <관계>는 아직 프롤로그를 시작해 13부작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서 도혁과 수연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그려낼지 알 수 없다. 도혁은 항문외과 의사로 수연을 수술한 의사이며, 까딱거리는 발이 신경쓰이는 수연은 현재 그에게 화를 내며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그곳에 갈 때마다 얼굴이 화끈 거리는데 의사라는 작자는 발을 까딱대며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화를 내고 나오다 보니 의사 본연의 업무를 다 하지 못한 도혁은 간호사에게 한 두 번 더 나오라는 이야기를 전달해 달라고 하고,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맞선을 보게 된다.
정체를 알고 있는자와 알지 못한 자의 소소한 미소와 호감으로 이어진다. 어떤 전개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프롤로그에 여인이 만났던 나비가 과연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도혁과 수연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도혁이 눈빛을 날큼하게 드러내고 있고, 수연 역시 자신이 만났던 의사인지도 모르고 호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나라면 과연 은밀하게 드러내고 싶지 않는 그곳을 수술해준 의사와 만남을 이어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까 싶지만… 그런 애매한 상황을 두고서라도 사람만 괜찮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어정쩡한 상황, 마주하고 싶지 않는 상황 속에서의 관계가 참 멜랑꼴리하지만 이야기는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야기의 초반부라 그런지 주인공의 매력들이 깊게 느껴지지 않았다. 입체감이 느껴지기 보다는 단편적으로 느껴졌다. 병원에서의 수연 역시 여자사람이기도 하고 동시에 환자인 그녀가 갖는 행동들이 의사인 도혁에게 무례하기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병원에서 상황상황마다 달라지기도 했지만 한 번도 그런 경우를 맞이하지 못한터라 무례한 환자로 느껴졌다. 은은작가님이 의도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조금 더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로맨틱한 순간을 바라는 한 여자의 환상을 부수고 나온 한 남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이야기가 끝이날 때까지 기다리며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