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다채로운 좀비물을 읽어볼 수 있어 아주 행복한 겨울입니다. 이작품 [사는 얘기]는 그야말로 좀비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뉴스의 단신처럼 재치있게 풀어놓은 아주 재미있는 단편입니다.
작품이 시간의 흐름으로 진행되다 보니 좀비 사태가 점차 악화됨에 따라 변화되어가는 세상과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게 이 소설의 백미인데, 초반에는 코로나 발병 때와 같은 약간의 혼란과 불안, 짜증으로 시작되어 나름 국가 시스템이 사태를 잘 통제하는 듯한 모습에 사람들의 안도 혹은 그에 따른 소소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현실적 반응들을 보여주다가, 폭발적으로 좀비가 증가하는 시기에는 포기 혹은 언젠가는 올 줄 알았다는 식의 담담한 마무리를 보여주며 실제로 좀비가 나탄나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극도로 현실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종말이 다가와도 오늘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과 좀비들의 사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단점이 있는데, 작가님은 그 빈틈을 본인만의 적절한 위트로 잘 메꾸어 놓으셨습니다. 지나치지 않은 코를 살살 간지럽히는 재치있는 풍자에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는데, 지하철에서 읽어도 크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은은한 웃음을 주시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좀비 사태가 악화되고 인간 사회가 멸망의 길로 접어드는 과정을 아주 재치있게 표현해내셨는데, 특히 좋았던 게 숫자를 통한 표현이었습니다.
도시가 마비되고 사람이 얼마나 죽고 하는 식상한 표현 대신 감염자의 숫자로 멸망의 진행도를 표시해주는 식의 자잘한 위트는 작품 이곳저곳에서 보이고, 그런 부분이 이 작품을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하더군요.
만약에 좀비가 나타나고 일년 쯤 후에 인류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 일년을 어떻게 살게 될지 이 작품을 통해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 어떤 작품들보다 좀비와 관련한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인류멸망 보고서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