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세상에 나같은 과학치(?)도 없을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중학교 수준의 과학적 지식조차 없다. 특히 물리학에 관해서는 새하얀 백지 수준이다. 속력과 속도의 차이도 구분 못하는 걸.
그래서 처음에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을 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내 걱정은 괜한 기우였다.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홀린 듯 답안을 제출하고 A+을 받은 물리학과 학부생, 출시하는 음료수마다 흥행기록을 세우는 데 기여한 팀장, 음료수 성분 취재를 위해 한 농장을 찾은 PD, 교수와 함께 생명 이론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대학원생 사망사건을 수사하게 된 경찰, 그리고 무당을 엄마로 두고 오컬트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언뜻 보면 이 사람들 사이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다. 바로 ‘가마솥’이다. 가마솥은 흔히 우리가 ‘붕붕 드링크’라고 부르는 각성 음료에 해당한다. 고카페인 음료수에 다른 몇 종류의 음료수를 더 추가해서 만든 사제 짬뽕 에너지 드링크. 어떤 방식으로든 등장 인물들은 ‘가마솥’과 연관이 되어 있거나, ‘가마솥’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길가현 교수와 마영희 팀장이 존재한다. 정확하게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정체불명의 단체라고 해야겠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단체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로 파벌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 격으로 보이는 것이 길 교수와 마 팀장이고. 종말을 막기 위한 큰 목표는 같지만 방법이 달라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니, 근데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다며? 그걸 막아야 한다며? 그렇게 커다란 일을 두고도 서로 으르렁대도 되는 건가?
반목을 없애고, 종말을 막겠다는 공통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민예서와 강도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민예서는 직접적으로 가마솥이나 생명 이론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간접적으로는 가마솥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건에 얽혀있으며, 강도진은 길 교수가 점찍어둔 것으로 보아 이 두 명의 비중이 후반부로 갈수록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둘이 모든 실마리를 모아 제대로 한 방을 날려주지 않을까.
게다가 제일 궁금한 것은 어떻게 가마솥이 그런 효과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라고 보기에도, 진짜 마법이라 보기에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의아했다. 작가님이 ‘기존의 물리법칙을 준수한다’라고 하셨기 때문에 궁금증은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 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지 뭐야. 의문점이 내용 곳곳에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아직도 내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가는 중이다. 이야기의 끝까지 가면 이것도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겠지?
강도진의 앞에 새로 의문의 어머니까지 등장했으니 소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처럼 보인다. 인간 군상들이 모여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렇게 많은 인물을 등장시켜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작가님이 본인만의 템포로 풀어나가시기를 바란다.
목마르실텐데 음료수 하나 드시고 가는 건 어떠세요?
새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