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은 ‘오 사랑’이라는 유행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그린 소설이다. 퇴사 후 탐정 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김솜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정은의 소개로 동대표 아주머니를 만난다. 아주머니에 따르면 남편이 낚시 갔다가 ‘그 병’에 걸려서 성격이 고분고분 해지고 일도 잘 풀려서 승진까지 했다고. 이때만 해도 김솜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그 병’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일에도 화를 냈던 사람들이 온순해지고, 시종일관 우울감을 호소했던 사람들이 웃음을 되찾아 다행이라고 여겼다. 신체적인 접촉이나 직접적인 교류를 전제하지 않으니 전염병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낭만성을 되찾은 사람들은 이 병을 ‘오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두 달 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오 사랑’에 걸린 사람들이 연이어 실종된 것이다. 동대표 아주머니의 의뢰를 받아 아주머니의 남편을 찾아다니고 있던 김솜은 우연히 장화신이라는 남자를 만나 그와 함께 이 사태의 근원지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문제는 ‘오 사랑’의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데다가 ‘오 사랑’에 걸리면 생존 욕구가 사라져서 먹지도 자지도 않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것.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경찰과 군인, 공무원마저 ‘오 사랑’에 걸려 제 기능을 못 하게 된 상황 속에서, 김솜과 장화신은 갖은 노력으로 결국 사태의 원인을 찾아내 세상을 원상태로 복구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유행병이라는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들의 이야기 같은데, 다르게 보면 현대인들에게 있어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 시니컬한 작품으로도 읽힌다.
대체 사랑이란 뭘까. 우리는 사랑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스스로 사랑에 빠지거나 상대가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 걸까. ‘오 사랑’이 유행하기 전에도 분명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연애하고 결혼하는 사람도, 연애하거나 결혼하지 않는 사람에게 핀잔을 주는 사람도 없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오 사랑’이 유행하자 사람들은 마치 없었던 일이 일어난 것처럼 반응한다. 마치 이전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런 사랑은 처음 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배우자가 ‘오 사랑’에 걸렸고 그 대상이 내가 아닌데도 기뻐한다. “주로 기혼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점이 기이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포인트였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성실해져서, 권태기 배우자에게 특히 사랑받았다.” 이것은 사랑인가 아닌가.
“느지막이 진짜 사랑이 올지도 모르는데. 내가 머리에 총 맞았니? 애 아빠랑 가게?”라고 말한 정은은 무엇 때문에 지금의 남편과 사는가. “어차피 갑자기 죽는다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랑 여행 가서 죽을 거예요.”라며 서둘러 떠나는 커플은 ‘오 사랑’에 걸린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사랑이 병이 되어 유행하는 상황을 보면서 역으로 나는 현실 세계에 얼마나 사랑이 부족한지, 사랑을 사랑 아닌 것으로 믿거나 사랑 아닌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한지 느꼈다. 그리고 결핍된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도(전염병아 물러가라!).
“항상 필요했던 건 사람이었다. 사랑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