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대부분 트릭의 기발함이나 논리성, 그리고 사건 전개의 핍진성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추리소설만큼 캐릭터 소설에 가까운 소설도 없다. 다른 게 다 훌륭해도 캐릭터가 없으면 거짓말처럼 존재감이 없는 작품이 되기 쉽다는 말이다.
우리가 걸작이라고 꼽는 추리소설들만 봐도 그렇다. 오귀스트 뒤팽, 셜록 홈즈, 아르센 루팽, 에르퀼 푸아로, 미스 마플 등과 같은 명탐정을 등장시켜 사건은 까먹어도 결코 잊히지 않을 캐릭터를 남기며, 그 연장선상에서 제임스 모리아티같은 걸출한 악역을 등장시켜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작품의 매력과 재미로도 이어진다.
추리 소설에 있어서 강한 캐릭터성은 필수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그것을 꽤나 잘 채웠다. 셜록 홈즈를 오마쥬 한 듯한 이 ‘경찰청 자문’은 유례가 없는 식탐으로 이야기를 자꾸 엉뚱한 곳으로 빠지게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다. 사건에서 식기행으로, 식기행에서 다시 사건 조사로 이어지는 것이 그의 엉뚱한 캐릭터 덕에 자연스럽다. 맛집 기행이라도 하는 듯한 이들의 순례는 그 자체로도 나름 볼만한데다, 그게 캐릭터 형성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거기에 더해 음식과 후식에 대한 철학이라던가 그와 연관해서 범인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 다만, 그것이 추리의 그럴듯함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공감하기 좀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범인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안된다. 버섯 때문에 그렇게까지 한다고? 아무리 사이코패스래도, 그건 좀; 만화 ‘명탐정 코난’이 장기연재를 하면서 그럴듯한 건 다 써먹었다보니, 이제는 범인들이 별 같잖은 이유로까지 살인을 다 벌여 황당하다는 문제도 많은데, 소설 속 범인에게서도 좀 그런 냄새가 난다.
서진의 추리도 어떻게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가 자연스럽지 않다. 뒤팽은 그래도 그런 추리를 할 때 대상의 성향이나 그가 최근에 겪었던 일, 했던 행동들을 (관찰을 통해) 잘 았았고, 그렇기에 그가 따라간 생각의 연쇄도 가능성을 재미있게 파해친 것으로 여길만 했다. 그러나, 서진의 추리에는 그런 연결점이 없다. 자전거도 버섯도 거의 관계없이 나왔던 게 별 이유없이 달라붙은 느낌이라 잘 납득이 안된다.
캐릭터 형성은 꽤 잘 했지만, 추리 부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경찰청 자문이라는 그의 입장과 경찰청 사람들과의 관계를 거의 그리지 않고 그를 그냥 좀 이상한 위치에 있어보이는채로 놓아 둔 것도 그렇다. 시리즈였다면 후속작에서 보완이 될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