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무서운 이야기’ 를 한 가지 말해보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은 폐가에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를 꼽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꼽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외딴 곳에 혼자 혈혈단신으로 갇혀버린 이야기를 꼽을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은 다양한 것에서 공포심을 느낀다.
<적월-공포단편>에서도 한가지 소재만 등장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식인 괴생명체, 연쇄 살인마, 귀신, 폐가, 꿈… 다양한 소재가 다양한 관점에서 전개된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제일 소름이 끼쳤던 것은 아무래도 살인을 소재로 한 단편들이었다. 솔직히 공포영화나 괴담, 호러웹툰 등을 즐겨 보고, 호러도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지만 귀신은 믿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귀신이 등장하는 괴담들은 볼 때는 무서워하며 즐기지만, 이야기의 막이 내리면 그걸로 끝이다. 등줄기를 따라 돋았던 소름은 어느 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사이를 일상이 파고든다.
그러나 사람이 등장하는 괴담은 귀신이 등장하는 괴담과는 결이 다르다. 오늘도 출퇴근길에 스쳐 지나간 사람들, 늘 마주치는 이웃들, 나와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 중에 살인마가 숨어 있다면? 별 거 아닌 부탁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범죄에 관련된 것이었다면? 갑자기 현실감이 확 들기 시작한다. 우스갯소리기는 하지만 ‘침대 밑에서 귀신을 발견했을 때보다 사람을 발견했을 때가 더 무섭다’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살인 같은 범죄가 소재인 이야기는 당장 10분 후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귀신 이야기보다는 훨씬 현실감 있고, 그 현실감이 바로 짜릿한 공포심을 가져다준다.
다양한 소재와 관점, 기발한 줄거리에서 오는 공포를 즐기고 싶다면 이번에 <적월-공포단편>을 한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