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다.
판타지 스러운 면을 살려 그려낸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도 그렇고, 거기에 녹아있는 SF적인 이야기도 그렇다. 다소 이질적이라 할 수 있는 두 장르를 이 정도면 꽤 그럴듯하게 엮어낸 듯하다.
다만, 이야기는 다소 뻔한 편이다. 이야기의 주요 소재인 드래곤의 존재부터가 두어가지 정도만으로 쉽게 예상이 되는데다, 심지어 그걸 진하게 스포일러하는 태그가 노골적으로 유일한 하나로 줄여주기 때문에 이야기에서 신선함이나 반전 같은 걸 느끼기는 어렵다.
태그가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를 설명해주고 또한 관심을 갖고 읽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막상 소설 자체를 별로 흥미롭지 못한 것으로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부정적이기도 하다.
이야기 자체가 그냥 무난한 편이라서 더 그렇다. 인간의 욕심이랄까 어리석음 같은 것을 그린 것은 꽤나 익숙하게 보아왔던 것이 아니던가. 판타지가 SF로 변이하는 것이 그나마 이 소설의 특징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사실상 거의 죽은 것이니까. 반전물이라는 걸 하도 선전해대서 막상 반전같은 게 안느껴지는 반전물을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설정 또는 전개에 허술함을 보이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세계 각국의 군대들이 그 엄청난 화력을 갖고 달려들었는데도 그보다 월등한 막강함에 실패했던 드래곤 퇴치를 겨우 몇개의 폭탄과 미사일만으로 해결했다는 게 마땅해 보이면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생물로써 노쇠했다던가, 애초에 미완성이라 수명이 다 된 상태였다던가, 관리해주는 인간을 잃고 오랫동안 병을 앓으며 근육이 죽고 피부가 물러졌다던가 해도, 당초의 지나친 막강함을 생각하면 좀 너무 형편좋은 설정처럼 보일 것 같은데. 그럴듯함이 좀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