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미완성 웹소설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어느 별의 최상위 포식자 (작가: 파란약, 작품정보)
리뷰어: 냉동쌀, 21년 8월, 조회 75

게임 빙의물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흔치 않은 장르는 아닙니다. 주인공이 본인이 플레이하던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웹소설을 제외하더라도 기본적인 구조를 같이 하는 소설은 무궁무진하게 많을 것입니다. 웹소설 시대가 열린 이후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빙의물로서, 수많은 경쟁자를 가지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고요.

창작을 하면서 장르를 정하는 것에는 일종의 딜레마라고 부를 만한 것이 뒤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인기가 많은 장르는 경쟁자도 많고, 거기서 특출난 작품을 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인기가 없는 마이너 장르는, 경쟁자는 비교적 적을지도 모르지만 독자의 수도 적고,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대하는 정도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메이저 장르든 마이너 장르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특출난 재미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공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죠. 사실 재미만 있으면 장르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모든 소설가가 톨킨이 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고, 또 모든 소설이 반지의 제왕만큼 재밌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메이저 장르를 택한 소설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좋은 글을 쓰면서 수많은 경쟁자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개성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 소설의 개성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하나하나 꼽자면, 우선 첫 번째로 게임의 시스템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빙의물인 만큼, 게임이 진행되는 형태가 소설의 개성을 뽐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었습니다. 흔히 이런 게임 빙의물은 뇌를 직접 게임과 연동시켜서 가상현실에서 자기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일종의 RPG가 보통인데요, 이 소설에서는 특이하게도 RTS 게임을 택했습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전문가인 척하는 말 같죠? 쉽게 말해서 스타크래프트입니다. 소설 속 설명으로는 행성 개척자 집단의 지도자가 되는 것입니다. 새로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빙의가 시작된 이후로는 ‘상태창’을 열고, ‘진화’라고 명명된 ‘스킬트리’를 따라서 성장하는 일반적인 RPG와 다를 바 없는 묘사가 나타납니다.

이 소설이 작가님의 사정으로 인해 아직 초반부에 머물러 있을 때 휴재로 진행이 멈춘 상태라, 어쩌면 이 설정을 이용한 새로운 모습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대체로 수많은 소설들이 각자의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시작했음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그러한 모습이 사라져가는 전례를 볼 때, 초반에 등장한 참신한 설정을 나중에 살릴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작가님이 부디 이 설정을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도 게임의 시스템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게임 ‘다윈의 악마’의 설정입니다. 다윈의 악마는 본래 즉시 출생하고, 출생 직후부터 번식을 시작하며, 그러면서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 천적이 없는 가상의 생물에 대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게임 속 등장하는 생물체의 특징과 다윈의 악마의 특징이 부합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게임 속의 테켈리(명칭에 대한 서술은 조금 뒤에 하겠습니다.)는 자신이 당도한 상황에 맞추어 그때 그때 진화하고 적응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윈의 악마는 상술했다시피 진화의 대상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를 일컫는 것에 가깝습니다. 진화의 궁극적 결과인 셈이지요. 테켈리의 노화에 대한 서술이 없다는 점이나, 주인공이 1억 마리의 테켈리를 학살하는 동안에도 절멸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번식력이 뛰어나다는 등 다윈의 악마가 갖고 있는 특징이 일부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서술을 보강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다윈의 악마로서의 특징은 부족한 대신, 선택에 따른 진화라는 강력한 무기가 추가된 테켈리를 보면 혹시 ‘다윈의 악마’가 아니라, ‘다윈’의 악마에서 모티브를 얻었나 싶기도 합니다. 다윈이 가지고 있는 진화라는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지지한 과학자인데, 테켈리의 진화는 자연선택이 아닌 용불용설에 가까운 듯합니다. 그 점에서 보면, 어쩌면 라마르크의 악마라는 이름이 더 적절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농담입니다.

게임이 RTS 형식이라는 것을 볼 때,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원시 저그와도 관련이 깊은 것 같습니다. 원시 저그는 서로 사냥하고, 정수를 수집해서, 상황에 맞게 진화하는데, 테켈리의 생활방식과 흡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오마주하는 추가적인 설정을 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같은 게임이고, 현역으로 서비스 중인 게임이다 보니 저작권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문제 없이 처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신에 가져온 것이 크툴루 신화의 명칭들인데, 테켈리-리도 그렇고, 행성 이름이 올드원인 점 등을 보면 소설 속 게임 제작자가 크툴루 신화에 지대한 영감을 받은 듯합니다. 작품 내적으로는 그렇게 넘어갈 수 있지만, 작품 외적인 부분을 고려해보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크툴루 신화와 어떤 관련성도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굳이 장르를 따져보자면 SF를 기반으로 한 빙의물이라 할 수 있겠고, 테켈리의 설정 또한 원작의 테켈리-리와 공통점을 찾을 수 없고, 심지어 올드원은 원작에서는 종족의 명칭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는 행성의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크툴루 신화의 저작권도 소멸한 만큼 해당 설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재량에 달려 있긴 하지만, 설정 상 연관성이 없는 작품의 이름을 굳이 빌려와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작품 설명 등에는 크툴루 신화 관련 언급이 없어 낚시를 하려는 의도가 아님은 알 수 있지만, 읽으면서 명칭이 등장하면 아무래도 그쪽으로 기대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후반부에 등장할 복선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연재된 분량만으로 따져보자면 그렇습니다.

이상은 소설의 일부분만을 보고 판단한 내용이기에, 제 리뷰를 읽는 분들은 위에서 언급된 내용이 전개에 따라 철회될 수 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니까요. 그럼에도 작가분께서 완결 이전에 리뷰 공모를 하셨으니, 유념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나름 재미를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 철회되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합니다. 이하는 공개된 부분과 상관없이 아쉬웠던 점입니다.

한글 맞춤법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기는 하죠. 저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 모든 오탈자와 비문을 고치지는 못합니다. 당장 이 리뷰에서만 해도 제가 미처 교열하지 못한 오탈자, 비문 등이 그대로 실리겠죠.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나타날 수 있는 오탈자와 비문은 가능한 신경쓰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아무래도 눈에 밟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수정이 덜 된 부분도 있었고요, 단어가 누락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일이 지적하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부분이긴 합니다. 웬만하면 지적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작가님께서 매니지먼트와 계약하여 정식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하시니, 구태여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돈 받고 파는 작품일수록 완벽에 가까워야 하고, 그럴 수는 없더라도 정성은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제 지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설가에게 정성은 이러한 오타와 비문을 가능한 고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시게 될 테니, 작은 실수도 없이 무사히 메이저 작가로 거듭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하나하나 고치고 교열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으니,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해보시길 권합니다.

많이 아쉬웠고, 그러므로 더욱 보강해서 완성된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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