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소재를 꽤 흥미롭게 써낸 직장 SF 감상

대상작품: 직장인 시뮬레이터 (작가: 이규락,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21년 8월, 조회 44

또 다른 현실이라는 것은 의외로 오래전부터 꾸준히 인기있던 소재 중 하나다. 소설 속의 소설, 현실 속의 현실, 꿈 속의 꿈 같은 중첩된 세상은 무엇이 진짜 현실인지를 헷갈리게 하며 이야기를 쉽사리 복잡하게 쌓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별 다른 부작용 없이 그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문을 제공하며, 이야기를 통해 그리려는 것이나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수월하게 강화할 수 있게 해준다.

그를 위해 중첩된 현실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모습을 띄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이 소설의 직장인 시뮬레이터 속 직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차츰 현실성(그럴듯함)을 잃고 SF를 넘어 판타지에 더 가까워 보이게도 한다.

그렇다고 그게 너무 황당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애초부터 이야기가 일종의 가상의 상황하에서 돌아감을, 그러므로 얼마든지 현실(그럴듯함)을 벗어날 수 있음을 바닥에 깔아두었기 때문이다. (중첩된 세상이란 설정은 참 만능 치트키다.)

아무런 재미도 없을 것 같은 직장생활을 게임처럼 시뮬레이션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고, 직장이라는 익숙한 공간과 회사라는 조직을 다르게 그려낸 것도 재미있었다. ‘안드로메다’라는 태그가 예고한 것처럼 이야기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으로 바뀌어 가면서도 과연 이후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등, 이야기에 대한 흥미로움도 끝까지 잘 유지한 편이다.

단편으로, 지금과 같이 마무리를 지었기에 좋았던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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