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사람이 기억하기 가장 쉬운 것 중 하나이다. 아픔은 그때의 상황과 심정, 그리고 두 볼가에 흐르는 눈물 까지도 잊혀지지 않게 붙잡아 두니까.
아버지의 외도에 어머니는 상처를 입고 동생을 말을 잃는다. 집 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의 마음이 상하고 곪아가는 와중에 생겨난 한 형체는 사람과 같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외모는 부랑자 같은데다가 피부는 누렇게 떠 시체를 연상 시키기도 한다.
처음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 궁금증이 되고 그 시선을 마주했을 때 목숨을 위협하는 기운은 뭐든지 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에 따른 가족의 구성원이 무너져 가는 것이라던지, 각자의 감정이 상대 곪아가고 있다던지, 아니면 이러한 가정사에 대해 두렵고 도망치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일 지도 모른다.
그러한 형체가 아버지의 자리를 고집하는 것도 이러한 사건의 시작이 아버지로 부터 파생되어 퍼져나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아닌 시선을 막고 공포를 마주하지 않으며 또한 혼자만의 공간인 방으로 도망친다. 심지어 아무런 감정도 없던 대학교는 집에서 나와 도망칠 수 있는 포근한 곳이 되었다. 물론 그것도 잠시 뿐이지만…..
아버지가 돌아왔다고 한들 그것은 없어지지 않았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간 동생은 시큰둥한 반응에 오히려 경멸하는 표정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점점더 어두워져 자신의 도피처는 방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동생과 주인공의 입장이 바뀌었고 동생의 애원에도 그는 얼마전의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동생을 미친년 취급한다.
이 글의 결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힘들 때에 무엇이든 찾으면서 배부르고 등 따실 때면 그것을 외면하는 인간의 모습과, 혹시 주인공과 동생은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붙지 말았으면 하는 것에 다른 사람에겐 붙어도 상관 없다는 이기심에 외면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