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설화나 동화를 보면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동물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해를 끼치거나 어쨌거나 그들의 바램은 단 하나다. 바로 사람이 되는 것.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공덕을 쌓기도 하고 악업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게까지 사람이 되는 것에 집착하는 동물들을 보면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저렇게까지 애를 쓰면서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걸까?
정작 사람이 되려고 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많은데, 왜 사람이 되려고 하는지 그 이유에 관해선 자세히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아는 것이 적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는 이유가 그나마 내가 알고 있는 제일 자세한 이유다. 그 외에는 그저 사람이 되고 싶다고만 말할 뿐, 사람이 되고 나서는 어떻게 살 것인지라든가 누구와 살 것인지라든가 어떻게 사람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인지 등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 그렇게 사람이 되면, 동물이었을 때보다 과연 살기가 좋을까?
현재 빡빡하고 꽤나 버거운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소망에 공감하기 힘들다. 동물의 삶이 편하지 않나? 오로지 제 먹을 것과 안전에만 신경쓰면 그걸로 끝인 깔끔한 생. 그게 바로 동물들이 살아가는 방법 아닌지. 인간관계, 취업, 끼니, 노후설계, 축재, 건강, 교육같은 이 모든 골치 아픈 일에서 자동적으로 해방이 되어 있는데, 왜 이런 구렁텅이로 들어오려는 걸까.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나온 앤솔로지 <대멸종>중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고통받아야 할 영혼을 굳이 축생도로 보내겠어요? 그런 영혼은 인간계로 보내는 게 낫죠. 인간이 인간한테 가장 잔인한 짓을 많이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깊이 공감했던 말이 없다.
왜 다들 동물들은 그렇게 기를 쓰고 사람이 되려는 걸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예쁜 옷을 입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이랑 살고 싶어서? 돈을 벌고 싶어서?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물어보고 싶다. 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지를. 괜히 아는 강아지에게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계속 질문을 던지면, 어느 날 쫑처럼 나름의 이유를 들어 대답해 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