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밤인 세계>에 대한 감상 감상

대상작품: 언제나 밤인 세계 (작가: 하지은, 작품정보)
리뷰어: 햄해미, 21년 3월, 조회 83

<언제나 밤인 세계>에 대한 감상

 

이 작품은 샴쌍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밤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샴쌍둥이라는 주제에 호기심이 생겼고, 이 주제를 누군가의 관심을 끄는 용도로 사용해도 되는지 의문스러웠다. 그것은 내 기우였다. 작가가 말하는 샴쌍둥이의 분리과정이나 묘사는 단정했다. 오히려 샴쌍둥이가 분리되고 나서의 이야기가 더 기괴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버림받는 마음이 이토록 처절한 것인가, 생각하면서.

그러나 단순히 선택받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아길라의 분노가 시작된 것이 아닌 것 같다. 모리세이가 아길라의 이름을 부를 때, 그녀의 목소리에선 두 가지 음성(다른 글씨체)이 나온다. 알게 모르게 그녀를 향해서 던져졌던 모멸의 시선과 은근한 차별, 그러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이 분열된 두 개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차별을 겪어왔을 수 있다. 다른 형제와 은근한 차별을 받으며 희생을 강요당하는 모습을 겪어왔을 수 있다. 그 때 느끼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분노라는 양가적인 감정이 사람을 트라우마로 몰고가는 것이다. 남매로서 겪는 미묘한 감정을 샴쌍둥이로 그려낸 것이라면, 그 비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은 ‘영혼치환’이라는 주제를 통해 선과 악을 흩뜨려버린다. 진짜 에녹(에녹이라고 함)은 누나의 말을 정말 잘 따랐는데, 이 부분은 굉장히 답답했다. 미궁에서 다시 에녹과 새 “에녹”이 만나는 장면에서, 에녹이 자신의 악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의 설계에 감탄했다. 누구나 비판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피해자로 살아왔던 순간이 있지 않은가. 그런 부분을 에녹의 성격으로 남겨두었다고 생각하니 놀라웠다. 앞으로 에녹이 모리세이와 어떻게 지낼지, 이제는 선을 위해 진정한 목소리를 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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