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그렇게 입술을 다물어 보면 숨 감상

대상작품: M과 숨 (작가: 김유정, 작품정보)
리뷰어: 햄해미, 21년 3월, 조회 30

이름으로 느껴지는 관계
M이 있다. ‘엠’이라고 발음해본다. 숨이 뱉어지고 입술은 닫힌다. 가둬진 숨은 내 것이 된다. 텅 빈 입 속이 숨으로 찬다.

은우가 있다. ‘은우’라고 발음해본다. 숨이 뱉어지고 입술은 영원히 닫히지 않는다. 숨은 그대로 나를 벗어난다. 입 속의 숨이 빠져나간다.

M은 전화를 걸고 은우는 전화를 받는다. 늘 듣는 쪽은 은우인 것 같다. M은 전화하며 자기를 채우고, 은우는 전화를 받으며 자기를 희생한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발음을 통해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는 작가의 의도가 좋았다.

 

전화라는 끈
M은 항상 자해하기 직전 은우를 찾는다. 그것이 M에게도 은우에게도 위안이 된다. M은 그것을 둘 사이의 끈이라고 보았다. M의 시야에는 오직 둘뿐이다. 둘의 사이가 좋아지는 것이 세상이 좋아지는 근거이다. 그들은 전화를 통해 잠시의 위안을 얻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언젠가부터 끈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날, M에게는 그 끈너머의 은우가 보이기 시작한다. M은 은우의 입장을 고려하게 된다. 아마 은우를 헤아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M의 회복은 진행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M은 여러 줄이 주렁주렁 달린 채 은우를 맞이하게 된다. 줄을 통해 이미지를 전환한 점이 매우 감각적으로 다가왔다.

이로써 은우도 전화로부터 ‘해방’ 된다. 그가 전화를 받는 것과, 사고에는 인과관계가 사라진다. 병실에서 웃는 M을 보며 자신이 상상한 최악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데 안도한다.

 

M과 풍경
M은 자기비난으로 자기를 인정하기/인정받기를 포기한다. 그리고 숨을 참듯이 20년이라는 암흑으로 빠져든다. M은 20년 뒤에 무엇을 찾고 싶었던 걸까? 왜 M스스로의 결말을 유보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20년 뒤 변한 것은 있다. M은 몸의 감각을 되찾았다. 깨어난 직후 혼자 있음을 알게 되며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생을 마감하기 위해 올라간 산에서, 물을 허겁지겁 먹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M은 이제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M이 깨어난 직후 모든 비유는 둘 사이의 관계가 아닌, 외부 상황에 집중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혼자임을 인정하고 나서야 외부 상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인 것일까? 물론 우울증을 느끼는 환자에게 살고 싶다는 신호는 긍정적 사인이다. M은 모든 인정과 증명으로부터 해방된 뒤에 자신의 온전함을 느끼지만, 폐허 속에서 누구와 무엇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유일하고 완전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를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이미 20년을 유보해 버렸다. 그렇기에 마지막 결말은 다행이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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