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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무명용사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DALI, 21년 3월, 조회 114

한국형 오픈월드 RPG의 시나리오를 연상케 하는 서사입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새벽’을 초점으로 삼아 전개되고, 여기에 일행이 한 명씩 합류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완결된 도입부의 제목 ‘별꽃 원정대’는 이 일행의 이름이고요.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별꽃 원정대의 탄생 배경’이 되는 셈이죠.

 

플롯이 나뉘지 않고 시간 순서에 따라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죽 이어집니다. 자연히 몰입도는 높아지는데 한편으로는 자칫 서사가 처질 우려도 있어 보입니다. 거칠게 도식화해보자면 이 이야기가 보여주고 있는 건 새벽에게 닥치는 위기와 그로부터의 탈출―또는 극복―이라는 과정의 반복인데, 그 안에서 단순히 사건의 강도나 스펙터클에 차이를 주는 것만으로는 고조되는 서스펜스를 감당하기 어려우니까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다수 필요해 보이고, 실제로 그렇게 쓰려고 넣어둔 요소도 군데군데 보입니다. 예컨대 ‘발김쟁이’의 서슬에 상처 입은 새벽의 손이 지닌 능력, 새벽이 ‘사시랑이’와의 싸움에서 입은 허벅지의 상처 같은 것들이 그렇죠. 매품팔이로 푼돈을 벌던 새벽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리적 타격에 대한 모종의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보게 됩니다. 새벽 외에도 인물 각각의 능력과 사연, 그리고 이들이 모여서 내는 시너지에 얼마나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입히는가에 따라 앞으로 이야기가 나아갈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서술 방식에서도 충분히 차별화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한국형’ 오픈월드 RPG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그건 단순히 인물과 공간의 명명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보다 작가가 구사하는 문장 자체에 한국어의 결이 잘 배어 있다고 말하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그 결이란 게 정확히 뭐냐고 하면 콕 집어서 표현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각별한 노력으로 문체를 다듬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9-10회쯤 가면 문장들이 1-2회 때만큼 팽팽하게 당긴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이건 제 주관적인 느낌이고, 그새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진 탓에 괜히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럼 이제 줄거리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끝으로 하나 더 이 작품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장점에 대해 언급하자면, 바로 클리프 행어입니다. 작가는 한 회를 끝낼 때 독자가 다음 회에 매달리게 만드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이후에도 계속 새벽을 중심으로 시간 흐름을 따라 게임처럼 전개된다면, 이런 훈련된 작법이 갖는 중요성 또한 점점 커질 겁니다. 그게 아무리 진부하게 느껴지더라도요. 짐작하고 봐도 재밌는 건 재밌는 거거든요. 전 이 작품이 그런 장르적 쾌감을 충족시켜줄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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