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포함! 글을 먼저 읽고 리뷰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겉은 윤기나고 속은 다져진, 만두에 대하여
이 이야기는 만두를 기점으로 삶이 바뀐/바뀔 중년 여성의 이야기이다.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 딸을 두고 낡은 아파트에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중년 여성인 ‘나’. 겉보기에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나’의 마음은 사실 다지고 다져진 만두 속과 같다. 보신을 위해 남편과 시아버지, 그리고 아들의 입에 먹기 좋게 들어가는 만두 말이다.
중년 여성의 허기
그녀의 몸이 음식을 거부하는 일은 남성 중심의 가족 문화에 대한 거부와도 같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이 삼대독자(시아버지-남편-아들)를 위한 일임을 깨닫게 되면서, 그녀는 모든 음식에서 악취를 맡게 된다. 가족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노동하는 몸도, 그 노동을 하기 위해 건강해지는 몸도 자신을 위한 ‘보신’이 아님을 알게 되며 몸으로부터 본능적인 불편함을 느낀다. 이러한 ‘먹기-노동’을 거부하게 되면서 점점 말라간다.
그러나 그녀가 허기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토하더라도 먹기는 해야 했다”는 ‘나’의 말처럼, 나는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허기를 늘 느낀다. 신앙심이 깊지 않지만 교회에 가는 일은 소통에 대한 갈망처럼 느껴졌다. 또한 교회 지인의 집에서 대접받는 음식인 ‘빵’과 ‘커피’를 먹는 것이 ‘비껴나오는 토요일’, 즉 소통하고자 하는 일탈인 셈이다.
동굴에서 나온 중년 여성
만회반점은 변화의 장소이다. ‘나’는 낯선 주인의 친절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중국집 안에서 졸기까지 하며 편안함을 느낀다. ‘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군만두를 먹고, 군만두의 비밀을 알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에게 먹이는 일은 큰 변화로 느껴진다. 그녀는 알고 있다. 이 남자들은 그녀가 사 온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음식을 바치고-먹는 위계관계에서, 음식을 주고-받아먹는 위계관계로의 변화는 그녀 삶에 전복이 일어날 것임을 나타낸다. 그녀는 이 만두를 가족에게 먹이고, 또 가족을 거대한 자궁에 도로 집어넣음으로써 새로 태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