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크! 에크!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결련 (작가: 냉동쌀, 작품정보)
리뷰어: 드비, 21년 1월, 조회 35

이크! 에크!

 

이 기합 소리를 아는 분들은 아실 테지만, 우리 고유 무예의 하나인 택견의 기본 추임새다. 단언컨대 택견은 마이너 하다. 택견을 접해 본 이들 중 7할 이상은 택견을 우습게 본다. 얼핏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대중에게 가장 많이 보여진 품밟기(일종의 준비 보법) 때문인 것도 같지만, 그만큼 제대로 수련한 택견꾼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본 건 정말 우연이었다. 쓱 지나갈 만한 순간이었는데 ‘결련’이라는 제목과 작품 소개에 보이는 ‘택견’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도 택견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었던가…?

필자는 대학 시절 택견 동아리에 있었다. 문득 정말 오랜만에 거실에서 품밟기를 해보았다. 정말 얼마 만인지. 집사람의 비웃음 담긴 깔깔거림과, 그래도 ‘아빠 그게 뭐예요?’ 하며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를 보며 민망해서 웃어보았다.

 

그런 나이기에, 택견을 담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그리고, 작품 소개에 ‘택견 시합에 나선 서툰 사랑꾼들’이라길래… 옛 추억도 떠올랐다. 음… 나도… 그 시절, 짝사랑했던 동기가 있었다. 함께 택견 시합에 나갔던 그 때, 나는 도무지 시합에 집중은 못하고 그 아이만 보고 있었더랬다. 행여 그 아이가 다칠까 조마 조마 하기도 했었고… 아 시덥잖은 옛 이야기는 접어두고, 그래서 시대적 배경이 현대인가 했는데, 아닌 듯. 조금은 더 옛날 이야기 같다.

 

시대적 배경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논에서 거머리가 다리에 붙어 나오는 게 흔한 시절의 이야기인가보다. 건넛집 머슴도 나오는 걸 보면 해방 전후부터 194,50년대 이야기 인가 싶기도 하지만 문체나 분위기로 보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같은 느낌도 난다. 뭐, 그런 분위기라는 것이지… 시대적 배경 따위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의 ‘무대’로서의 배경을 보면 어쨌거나 옛스러운 농촌, 윗마을과 아랫마을, 그리고 일종의 그들의 자존심 싸움이다. 그게 택견 대결인 ‘결련’ 의 형태로 판이 벌어지는 것이고, 그 사이에 이쁜이라는 너무나도 클래식한 네이밍의 처녀와 그녀를 두고 불꽃 튀는 기 싸움을 벌이는 두 사내, 택견 총각?들의 이야기다.

 

사실 이렇게 놓고 보니 너무 뻔해 보이지만, 어쩌겠는가. 인류 보편… 아니, 개나 고양이, 원숭이… 등등 생각날 만한 모든 동물들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흔한 모습이지만, 그게 재미있지 않은가. 어찌 되어도, 비슷비슷해도… 어쩌랴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인 것을. 그러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깨소금 맛이 있다.

 

글의 스타일이 약간 옛스러워서(촌스럽다는 말이 아니다) 초반엔 고전 문학 같은 느낌도 있었다.

 

택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소재로, 작품 속 묘사처럼 ‘능청스럽게’ 잘 녹여냈다는 느낌은 있다. 다만 정말로 택견 무예인의 것을 녹여냈다기 보다는 그냥 쌈잘하는 청년의 기술, 그냥 그 시대 그 배경에 보편적인 쌈 기술이 택견인 마을과 마을을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spo lable=”그냥 개인적인, 정말로 개인적인 아쉬움”]

후반부 석전- 서로 정말로 돌을 던지며 머리가 터지고 살이 찢기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는 격한 싸움으로 번지는 걸 보여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정말 실망스러웠다.

뒤에 이쁜이와 째필이가 그 싸움 가운데서도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내려놓는 똥석이의 심정을 강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였던 걸로 생각되지만... 그러나 그 장면을 위해 친선 택견을 정기적으로 하던 두 마을이 정말로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운다고? (이전에도 그런적이 있다는 것처럼 서술된다…)

 

뭐… 스포츠란 게 그런 식으로 얼룩진 적이 많다는 건 팩트긴 하다. 친선이라고 하지만 어느 두 그룹의 자존심 싸움이 되기 시작하면 때로 걷잡을 수 없이 폭력으로 얼룩지는 모습을 왕왕 보기도 한다. 축구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예전엔 그 경기장까지 성난 관중이 난입해 추태를 보였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리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다. 해외 뉴스에선 또 간혹 들리지만 최근의 우리나라에선 그런 일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건 ‘성숙’의 반증이다. 정정당당히 승부를 보기로 했다면 어떤 결과에서든 승복해야 하는 거다. 설혹 잘못된 판정으로 분통이 터질지라도 말이다.

 

하물며 그 시대? 의 택견이 선한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예의나 절제 따위 없는 그냥 쌈 기술일 뿐인 것으로, 그냥 소재로 소모되는 것 같아서… 그런 설정이라면 개인적으로 택견에 애정이 있는 본인으로선 참으로 부정하고 싶은 일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하던 이들 가운데 택견을 익힌 이들이 많았다는 게 자랑이라면 자랑인 것인데(사실 이부분은 논란이 있긴 하다. 지금의 태권도, 택견의 원류는 그 당시로는 정제되지 않은 원형의 것이었으므로 그 때의 그것이 지금의 그것이다 라 말하긴 희망사항 일 뿐 일 수도 있다.)

무슨 소리냐고. 택견은 그냥 쌈 기술 맞지 않냐고 하시는 것만 같다. 아아… 말하지 않았는가. 단지 개인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일 뿐이라고. 본인에겐 택견이 좀더 순수하고 선한 아미지이며… 나는 택견이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 전수되며 단지 기술만이 아니라 그 외의 것들, 정신자세, 태도등을 중요시하며 가르침의 형태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옛 우리 민족의 마을들이 혹 서로 으르렁댈지라도 정말로 이놈 죽어라 하며 석전을 벌이는 일은 없었기를 바란다. 응? 왠 꼰대냐고? 음… 부정하진 않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무기든 장정들의 봉기?와 싹 다 때려 죽이고 오라는 대사가 쳐지는 순간 흐뭇했던 로맨스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느낌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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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련’은 사전적으로는 ‘한데 어울려 관계를 가짐’을 의미한다. 오늘날 많이 알지는 못하시지만 ‘결련 택견’ 이라는 단체? 와 그런 시합 방식이 생겨났지만 이 소설의 제목이 된 ‘결련’은 좀더 사전적인 의미에 가까운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단지 스파링이 아닌 어울림말이다. 뭐, 아제의 촌스런 감상은 이만 줄이겠다. 그래도 결론은 이것,

 

살짝 고전소설을 읽는 느낌의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추천드린다.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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