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사고 파는 회사 메모리 컴퍼니.
작가님의 다른 대표작들을 보면 뭔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다크한 사이버 펑크물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그런 걸 예상하고 봤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저의 예상을 사뿐히 즈려 밟습니다. 그리고 가슴 따뜻해지는 이 이야기에 빠져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동훈과 지유. 그리고 재민. 연희. 이 네명의 이야기로 진행 됩니다.
이 구성을 보면 우선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릅니다. 분명 작가님도 이 작품에 살짝 영향을 받았을 것 같기도 한대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최대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터널 선샤인은 재개봉 기록 작품으로도 유명하죠. 얼추 비교하며 작품을 봤더랬습니다. 그러나 묘하게 다른 부분이, 이터널 선샤인이 사랑했다가 헤어지고 예전 그 사랑을 다시 기억하며 재결합한다라는 내용이라면,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이 들려주는, 한때의 과거 따윈 중요치 않아 진정한 사랑은 어차피 너에게 오게 되어 있어라는 내용에 더 부합하다는 겁니다.
동훈은 지유와 사귑니다. 지유는 동훈을 사랑하지만 동훈은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동훈은 지유와의 기억을 거금을 받고 팔려 하죠. 지유는 반대합니다. 둘은 나이가 어린 학생 커플입니다. 재민은 돈이 많은 잘나가는 요리사로, 항상 허무한 삶을 살죠. 그의 취미는 메모리 컴퍼니에서의 기억을 사고 느끼는 것 입니다. 지유가 그토록 반대했건만 몰래 자신들의 행복했던 기억을 판 동훈과, 그 기억을 평소처럼 구매한 재민, 그리고 이 소설의 큐피트 역할을 하는! 메모리 컴퍼니의 신입사원 연희가 규칙과 어긋나는 기억을 주입하게 되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그래 어차피 너는 기억에 대한 정해진 사랑일 뿐이야 하는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점차 진행되는 이야기를 보며, 그래 뭐 둘이 잘 되겠지 그런 거 읽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 이런 엔딩도 예상했습니다. 솔직히 뻔하죠. 그런데 그 뻔한 진행이 왜 제 가슴을 울릴까요?
이것이 이 글의 매력입니다. 솔직히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전개입니다. 재민은
동훈의 기억을 잘못 이식받아 원래는 가려져야 할 지유의 얼굴과 기억을 자신의 기억으로 공유하게 되고
왜나고요? 우리는, 그러니까 사람은 행복하고 두근거리는 상황을 원합니다. 그것이 로맨스 소설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되고요. 이 글은 그런 정석을 따릅니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드는결말을 줍니다. 재민이 마지막에 작은 반전으로
그녀를 기억하기 위한 몸부림
사랑은 허리케인. 이거 불변의 법칙입니다.
지유가 행복해져서 너무 좋습니다. 사실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당하며 사는 것보다는, 돈 많고 잘 생긴 낭군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행복한 인생이 되겠죠. 둘이 잘 될거라 믿어 의심 치 않습니다. 비록 나이차가 나긴 하지만 ㅋㅋㅋ
이렇게 보니 약간 신데렐라 풍의 이야기도 되겠군요. 뭐 어떻습니까? 로맨스 소설은 행복하면 되는 건데요.
사랑은 참, 화학적인 부분으로만 설명이 되지 않는, 정말 미스터리한 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