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평범한 개인에 주목하라. 비평

대상작품: 꽃망울 : 4·19 혁명 기념일 특집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피오나79, 17년 5월, 조회 13

4.19 정신은 학생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교정에서 나와 시민들과 함께 한 것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기틀이 됐으며, 이 정신은 최근 촛불시위로도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 4.19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드디어 내일이다.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누적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훌쩍 넘으면서, 변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어떤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부정부패와 권위주의로 얼룩진 우리의 지도자를 끌어내린 후 우리의 선택이, 같은 역사를 반복하는 지점에 머무를지, 역사를 통해 배우고 진보할 것인지 궁금하다. 


4.19 혁명 기념일 특집 단편이라는 이 작품은 고증을 전혀 하지 않고 얕은 상상력으로 쓴 허구의 이야기라고 작가가 밝히고 있어 그다지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우 짧은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하나의 이미지로 남았다. 4.19 혁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그 시간 속에 있었던 해규는 알지 못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군가를 부르고, 애국가를 부르며, 현수막을 앞세워 걷기도 했다. 목에 핏대를 세워 소리를 지르는 젊은이가 있는가하면 교복 입은 중고생도 있었다.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는 그저 인파에 떠밀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바싹 긴장한 채 걸을 뿐이었다. 그러다 최루탄에서 뿜어진 연기가 길을 가득 채우고, 경관들의 총성이 파도처럼 움직이던 사람들을 흩어지게 만든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만난 손자에게 집에 가자고 손목을 잡았지만,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다 나왔다며, 학생인 자신이 빠질 수는 없다고 훌쩍 뛰어 가버린다. 그리고 그는 다시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날도, 다음날도.


작가는 그날의 뜨거웠을 혁명의 열기와 업적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저 혁명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 인물의 눈을 통해 비치는 그날의 풍경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사실 역사에 아무런 족적도 남겨놓지 않았던 삶이라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어 버리곤 한다. 우리가 알던 역사 속에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들어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굵직굵직한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지던 그 순간에도, 99퍼센트는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을 살고 있었다. 역사 속의 개인에 주목하는 작가의 시선이 참 뭉클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나 또한 역사적으로 보면 해규처럼 평범한 보통 사람에 불과할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소중한 나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노력하고, 내일이 조금은 더 좋아지고, 달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앞날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 우리 손으로 공석으로 만든 대통령 자리에, 우리가 원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통령을 앉혀 놓아야 한다. 그 엄청난 일을 해내는 것은 해규와 같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한표라고 생각한다. 4.19 정신을 잊어 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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