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 이야기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밀수꾼의 노래 (작가: 조나단, 작품정보)
리뷰어: 후안, 20년 12월, 조회 112

모호 이야기

 

 

조나단 작가님의 [밀수꾼의 노래]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표방하는 단편입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에도 언급이 되었듯, 작품소개에 펄프픽션과 스페이스 오페라가 태그되어 있죠. 여기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무엇이다 딱 정의를 내릴 생각은 없어요. 제가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는 (그리고 제 상식선이 일반적인 독자분들의 시선이라 봐요) 우주에서 펼쳐지는 ‘활극’을 뜻한다고 보는데, 무엇보다 활극에는 낭만이 필수죠. 그래요. 낭만적인 분위기. 딱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 작품들 모두 낭만이 가득합니다. 우주 해적 코브라, 카우보이 비밥, 최근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왜 제가 모호 이야기를 리뷰의 타이틀로 정했냐면, 처음 작품소개에서 위에 언급한 두 가지 태그 외에도, 모호 이야기라는 해시태그가 달려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작가님은 이 작품이 모호 이야기라고 소개한 건데요. 작품을 완독하면 그 소개에 수긍이 가요.

[밀수꾼의 노래]는 등장인물인 모호를 소개하는 작품이에요.

작품은 화자가 술집에 들러 용병 출신인 ‘더티 할리’의 주정을 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더티 할리는 자신이 증오하는 모호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독자인 우리도 더티 할리의 이야기를 듣는 ‘액자식 구성’이 시작됩니다. 알다시피 이런 구조는 잘 쓰면 뛰어난 몰입도와 이입을 줍니다. 그렇게 우리는 더티 할리가 우주 미아가 될 뻔하다가 모호의 사략선인 물수리 호에 구조되어 모호를 만나고, 여정을 거치기까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줄거리 소개는 리뷰를 보시는 분들이 작품을 읽었다는 전제하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을 아직 안 보셨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작품을 봐주시길! (스포일러 있습니다!)

 

 

 

 

 

저는 작품의 리뷰를 시작하면, 작품을 읽으면서 실시간으로 메모장에 포인트나 의문점 등등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밑으로는 제가 나름 느낀 작품의 복선들과 분석입니다.

처음에는 사략선이라는 소재부터 주시했어요. 사략선은 작중에는 해적선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지닌 일반 선박 – 이라는 각주가 달려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안 좋은 의미로 정부의 공인을 받은 해적선들을 지칭하던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략선이라는 의미가 지닌 모호함, 즉 맞서기 위한 무력선 혹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해적선이 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극 초반부 더티 할리가 해적들을 언급하고, 또한 소문에 모호가 유령함대와도 맞섰다라는 표현을 보면, 모호는 아마도 작중에서 언급하는 ‘해적’과 강한 연관이 있다는 복선으로 봤습니다. (이는 마지막 붉은 바다에 침입한 모호의 행적에서 살짝 드러나더군요. 초반부의 복선을 회수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더 설명하겠지만, 이 작품은 복선이 정말 많습니다. 작가님이 엄청나게 고심해 집필하신 게 느껴집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이 ‘모호함’이라는 부분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모호는 물수리 호의 선장이지만, 동료는 오직 함선을 운영하는 인공지능 안드로이드인 에이드(함선과 연결되면 마요르라고 불리는)밖에는 없습니다. 처음 마주친 더티 할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호는 매우 고전적인 외모의 소유자예요. 함선의 가치를 높게 본 더티 할리는 나름 본색을 숨기고 모호에 고용되기를 자청합니다. 이 모든 부분에서 모호함이 보입니다.

모호의 이름부터가 모호함의 중의적 표현과도 같아요. 그리고 이 함선의 유일한 동료인 에이드, 혹은 마요르는 작품 내내 하나의 이름으로 통일되지 않고 둘을 교차적으로(아마도 작가님의 의도인) 표현합니다. 마요르가 허벅지에서 담배를 꺼냈다. 에이드의 손끝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같은 부분요. 마치 동일인을 둘로 나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선의의 동료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는 모호한 부분이죠. 또 그만큼 유명한 모호의 함선에 동료들이 ‘아무도’ 없습니다. 처음에 왜 동료들이 아무도 없을까 했는데 알고 보니 결말에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반란이 일어나고 모호가 전부 죽였네요. 이처럼 모호는 선한지 악한지 모호합니다.

결정적인 부분은 모호의 묘사가 작중 전혀 없는 겁니다. 외모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습니다. 고전적이다는 것과 여성이라는 두 부분만 알고 있네요. 더티 할리는 명확히 알 수 있는 캐릭터 성을 지녔으나, 이 모호는 말 그대로 모호한 캐릭터로서 오히려 더 존재감을 뽐냅니다. 신비로운 인물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은 본능적이죠.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상상력만으로 모호의 그림이 그려지는 겁니다.

의뢰를 받고 천 개의 산과 호수가 있는 땅의 행성에 도착하여(이후 고양이별과 고양이 성인이라 칭하겠습니다. 작중에 계속 고양이와 비슷하다고 언급이 되니까요.) 고양이별에 대한 역사를 알게 되는 부분에서도, 이 모호함은 계속 유지됩니다. 하나가 모두와 의식을 공유하는 고양이 성인들은, 오직 착하기만 한 그들로서 편리하기도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별을 약탈하려던 연합의 입장도 애매해집니다. (애매는 모호의 유의어입니다) 이대로 약탈을 계속한다면 행성 자체가 멸망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인구의 절반이 자결한 끝에 약탈은 멈추고 남아 방황하던 고양이 성인들은 행성 가득 피기 시작한 ‘순수한 하얀 꽃’(죽은 이들이 영혼으로 돌아왔다고 고양이 성인들은 생각합니다.)을 보며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 꽃을 보며 치유를 받았다면, 모든 고양이 성인들이 이 의식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들은 행복하거나 불행할 수 없습니다. 감정이 확실하지 않고, 항상 모호할 뿐이니까요.

붉은 바다는 해적들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모호가 한때 거주했던 사실이 드러납니다. 초반 언급한 사략선이 지니는 중의적 표현의 복선입니다) 하지만 사실 붉은 바다는 명백한 악이 아닙니다. 그들로서는 자체적으로 밀수 등을 통해 삶을 유지하는 일종의 독립국의 개념이고, 오히려 연합이 악이 되는 상황입니다. 즉, 그 주체가 모호합니다. 붉은 바다에 들어서면서부터, 작품 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더티 할리라는 캐릭터뿐입니다. 그는 속으로 모호의 함선을 꿀꺽하려는 음모가 있고 일단 선인은 아니네요. 모호를 경계하는 자경단(패거리가 아닌 자경단입니다. 분명 붉은 바다를 우리는 해적들의 본거지로 알고 있었죠? 선과 악의 모호함을 보여주는 표현이에요)에게 더티 할리를 넘긴 후, 모호는 구조하러 온 고양이 성인인 타티빌을 데리고 붉은 바다를 떠납니다.

여담에서 화자는 더티 할리의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 모호를 만나기 위해 떠납니다. 초반에는 화자가 모호와 헤어진 동료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끝까지 읽으면 이제 그 생각이 맞는 건지 모호해집니다. 화자는 헤어진 동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를 갈며 복수심에 불타는 이일수도 있어요. 고양이 성인들에게 받은 보상인 순수한 하얀 꽃을 보며, 물수리 호는 다른 항성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밀수꾼의 노래] 전체를 아우르는 이 ‘모호함’은, 미스터리들이 가득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보여줌에 있어 딱 알맞습니다. 모호의 숨겨진 과거는 무엇일까? 화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유령함대와 맞선 사건은? 마요르는 정말 진정한 동료일까? 타르 가문의 의뢰를 거부할 수 없는 사건은 뭐였을까? 갖가지 궁금증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제가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제 장대히 시작하려는 모호 이야기에 앞서, 마치 시즌제 드라마 시작 전 보여주는 파일럿 에피소드 같았어요. 한번 보고 나면 궁금해서 모호 이야기를 안 볼 수가 없는.

 

그리고, 역시 이 작품은 맨 처음 언급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필수요소! 낭만을 놓치지 않습니다. 운석과 떨어지며 모호가 부르는 노래라던가, 고양이 성인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하얀꽃을 보며 마요르가 언급한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을 뒤로 하고 이제는 즐겁게 살 거라는 모호의 대답 등. 더티 할리 마저 모호에게 통수 얻어맞아 겨우 탈출했음에도, 모호를 찾아 원한을 갚을 거라고 살아서 귀엽게(?) 술주정을 하잖아요?

 

앞으로 하나씩 밝혀질 ‘모호 이야기’의 그 ‘모호함’을 기대합니다.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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