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 했던가요. 이 작품은 초반의 진행이 아주 매력적인 오컬트 스릴러 소설입니다.
첫 회를 보면 자연스럽게 ‘아, 오랜만에 계속 읽어볼 만한 장편이 하나 나왔군.’ 하는 생각을 하실 독자분들이 계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일단 여러 작가님들이 알려주시는 좋은 웹소설의 조건을 보여줍니다.
작가님은 서두에 어떤 이야기가 될 것인지, 주요 인물은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옆길로 새지 않는 전개와 인물에 몰입하기 쉬운 환경을 잘 만들어 두셨습니다.
처음엔 지박령과 주인공의 일대일 대결 구도에서 후반부로 갈 수록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 맘에 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약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녀석도 있더군요. 이 이야기는 뒤에 해보겠습니다.
1. 공포,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저 같은 경우엔 호러 마초에 괴담이나 오컬트 스토리를 보며 지하철에서 음산한 웃음을 짓는 썩은 물에 가까운 인간이라(가끔 비슷한 미소를 짓고 계신 분들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의 트렌드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작품의 경우 일단 가독성도 좋았고, 작가님의 완급조절이 뛰어나서(이런 건 타고난 재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러울 따름입니다) 큰 문제 없이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더 쓰셨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즐거운 시간들이었네요.
위에서 완급 조절을 이야기했습니다. 장편 공포소설이 쓰기 힘든 점은 무겁고 텁텁한 느낌의 글을 끝까지 이어가면서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그러면서도 독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곳곳에 재미요소를 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정말 잘하는 분이 역시나 그 분, 스티븐 킹입니다. 큰 이야기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주변 인물들의 소소한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는 절 보고 놀라게 됩니다. 또 한 명의 거장인 딘. R. 쿤츠 또한 엄청난 분량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잘 녹여내더군요.
이 작품도 그런 점이 좋아서 글을 오래 읽기 힘든 요즘같은 분위기에서도 완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초반부에서는 귀신이 나오는 집에 들어오게 된(당연히 매우 싼 값입니다. 요즘같은 때 귀신이 나오면 어떻습니까, 싸기만 하다면…) 주인공이 은수라는 지박령과 집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속도감도 있고 재미있습니다. 호러적인 요소를 아예 놓지도 않아서 중간중간 살짝 놀라게 해주는 작가님의 센스도 좋구요. 중반부부터는 약간 이야기의 정체성이 오묘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단 주인공과 은수의 관계가 오묘해지기 시작합니다만 그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아쉬운 건 중반부부터 주인공이 약간 이해하기 힘든 행동(죽일듯 싸우다가 갑자기 사랑싸움을 끝낸 연인모드가 됩니다)을 보인 후 후반부에는 그야말로 찐 연인모드로 진행이 되는데 이렇게 되는 과정의 개연성이 약간 부족해 보였다는 겁니다. ‘홀렸다’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 그 전의 과정이 약간 생략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여러 귀신 캐릭터들 또한 이야기의 매력 요소입니다만, 단 한명, 저승사자만은 이상하게 글에 녹아들지 않더라구요. 이견이 있으실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전적으로 제 개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호러 매니아들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 좋은 소재에 매 화마다 충분한 재미 요소를 잘 첨가해주신 작가님의 솜씨에 힘입어 아주 재미있는 중편 공포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분량도 부담이 없으니 많은 독자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 가져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