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여기, SF 순수 로맨스로 위장한, 개운한 섞어 부대찌개 하나요~!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그대와 나 사이 117광년 (작가: 사피엔스, 작품정보)
리뷰어: 드비, 20년 11월, 조회 123

한 마디로,

 

찌질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집착하고

그 여자는 자신에게 진실되고 배려를 보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이야기의 SF판.

 

-이라 한다면 작가님에게 욕먹으려나…^^;;

 

 

같은 종이 아님은 아무 상관이 없는 ‘순수한 이야기’ 만이라면 너무 심심하잖아, 고로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순서대로 감상위주의 리뷰를 적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제목만으로 영화 <콘텍트>가 살짝 연상되는, 외계 지성의 존재와의 교신을 소재로 한다. 주인공을 힘들게 한 찌질하고 더러운 주변이야기들은 차치하고, 어쨌거나 주인공은 117광년 떨어진 그와 교감하고, 만남을 가지기로 하는데…

 

사실 ‘그‘를 만나게 될 때 실망하게 되면 어쩌나. 나도 모르게 걱정이 됐다. 놀라운 지성의 그가 외모는 문어라거나 바퀴벌레의 형상이라면 애써 키워온… 순수고 나발이고는 단번에 와장창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 그 무슨 싼 마인드인가 묻는 분이 계시다면, 당신을 존경하겠다. 나는 촌부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대처럼 고귀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아닌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들은… 대부분 보이는 것에 많은 지분을 할애하고 만다.

 

다행히 (그 전에 정신감응같이 서로를 확인했다지만, 밑장빼기의 가능성은 존재했기에!)만나게 된 ‘그’는 키만 4m에 육박할 뿐, 인간과 흡사한 외모다.순간 판타지의 거인과 작은 인간 소녀 같은 느낌이라, 육체적 결합은 불가능할 것 같고 지극히 플라토닉하게 서로를 지키고 사랑해 줄 수 있는 관계가 그려져 나쁘지 않은 느낌? 그냥 인간과 흡사해서 플라토닉 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주어졌다면 어쩌면 이 감동은 반감됐을지도 모르겠다. 이 또한 작가님의 의도된 안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 전에 시공간을 초월한 결합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은근 개그 요소도 있다. 매국노가 아니라 매행성노라 지칭받는 주인공을 보며 피식웃게 만들거나, 파충류같다 묘사되는 찌질 끈적 더티 빌런남이 피켓들고 시위를 하다 총에 맞아 다리가 터져나가고(뎅강?) 과다출혈로 즉사한다- 나쁜 놈은 그러거나 말거나. 고놈 잘 죽었다로 느낄 설정은 이 역시 살짝 과장된 연극같지만 그 또한 ‘대충 그러려니해’ 느낌이라 코웃음 치게 만든다

 

한 댓글에 답글로 쓴 작가님의 말 마따나 SF 로맨스에 사회풍자까지 섞여 있는데, 보통 이런거 잘못 붙이면 도드라져 보이거나 어색해져 욕심이 과하단 소릴 듣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꽤나 솜씨좋게 잘버무려 놓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스레, 재미있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님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이 어느새 다 전개되어 가볍지만 원 투 쓰리 잽으로 토도독 독자를 마사지하고 지나간다.

 

너무나도 순수한 주인공은 이 사회가 품고있는 여성에 대한 은근한 폭력 앞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기가막히고 억울하지만 그저 참고 인내할 뿐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남자와 여자로의 구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 가고 위로하는 ‘그’를 만나면서 주인공은 강해져 간다. 다소의 판타지?적인 능력이지만 정신방벽이랄까? 외부로부터 허락없이 훅 들어오는 삐뚤어지고 음란한 성적인 공격부터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에까지도 의연해지게 된 그녀를 보는 건 다소 상투적일 지라도 공감을 자아낸다.

 

줄거리 구성적으로만 보면 초반부는 씁쓸하지만 중반, 후반에 이르러 유쾌한 단막극으로 달리게 되는, SF 로맨스의 옷을 입고, 이념과 정치, 사회문제, 인간관계까지 건드리면서도 살짝의 사이다와 은근한 감동을 주는 단편소설이다. 일반적인 매뉴얼을 벗어난 재료들을 때려놓고도 개운 짭짭 맛난 부대찌개가 생각난 건 그냥 즉흥적으로 뜨끈한 소주 안주가 생각난 개인의 취향임을 밝힌다.

갈음하며 작품 속 ‘그’의 대사 하나를 옮기고자 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지만 간결하게, 멋지다 싶어서 따로 메모까지 해버렸다.

 

“우리는 언어의 경제성을 추구한다. 말의 길이로 예의바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쟁을 지양하고 토론을 지향한다.”

 

추천하는 바이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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