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는 흔히 가장 혐오시되는 범죄중 하나입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 다른 범죄자들마저 소아 성범죄자를 혐오시할 정도이니 말 다 했죠. 심지어 주인공이 1인칭으로 자신이 아동성애자라 밝히고 시작하니, 자칫하면 첫번째 줄만 보고서 인상찌푸리며 지나치기 쉬운 소재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동성애자. 소아 성 도착자. 보호해야할 어린 아이들에게 욕정을 품는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존재입니다. 저는 한 때 그들이 궁금해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계기는 누군가의 고민글이었습니다. 어느 여성분이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해 올린 글이었어요. 남자친구가 정말 사랑하지만 자신은 소아성애자라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없다고 울며 헤어지자 했다는 사연이었습니다. 그는 혹시라도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를까 두려워하며 죽고싶어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범죄자가 되어 피해를, 상처를 주거나 후에 사랑스러운 여자친구와의 아이에게 더러운 욕망을 뻗치게 될까 몹시 겁내고 있었답니다. 제가 그 때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혼란이었습니다. 왜? 그리도 죽고싶을만큼 스스로 증오하는데도 왜 떨쳐낼 수 없는가.
소아 성 도착증이란 무엇인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자면 단지 아이들이 약자라서 그러는 경우와, 어릴 적 성인으로부터 당했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끔찍한 기억의 되물림이죠. 그렇다 해도 타인에게 죄를 저지른 순간부터 이해나 동정의 여지는 없습니다만, 스스로 변태적 성향을 끔찍해 하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경우엔 정말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상합니다. 말로는 원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서 딱히 끔찍해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죄책감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으로 등장하지요. 그러면서도 또 자신의 악행이 떠오르자 느껴지는 쾌감과는 상반되게 그것들을 즐기기보다는 떨쳐내고 싶어 합니다. 단순 역겨운 범죄자로만 치부하기에는, 이 인물은 대체 어떤 인물인가? 하는 의문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저 내면의 자기합리화? 들을 사람도 없는데도? 이런 의문이 떠오른 순간부터는 소아성도착자에 대한 역겨움보다 궁금함이 더 커집니다.
결말이 다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지요. 작품의 제목부터 내용이 진행되는 내내 언급되는 코어 프로파일러 시스템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있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인물의 행동방식을 베껴 범인을 찾아내게 만드는, 극 미래적 수사 방법. 자원해서 한다고는 하지만 무척이나 비인도적인 방법이지요. 처음 읽었을때는 저 시스템으로 인해 정말로 범죄자가 되어 버리면 어쩌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말을 읽고 다시 보니 주인공이 자신에게 들어온 범죄자의 인격에 저도모르게 저항하는듯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쾌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어쩐지 멀리하고 싶어하고, 그러면서도 죄책감은 느끼지 않는… 조금 이상했던 부분. 아무리 인격을 주입한다고 해도 본신의 도덕성을 배반하지는 않는구나 싶어 조금 안도마저 했습니다. 열린 결말로 끝났기에 주인공이 원수인 범죄자 스네이크 잭을 무사히 체포할 수 있었는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적어도 주인공이 스네이크 잭의 인격을 뒤집어 쓴 상태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고 조금은 안심하게 됩니다. 다만 마지막에 걱정이 되는 것은 한 번 이 시스템으로 검거된 범죄자들이 또다시 도주한다면 같은 방법으로는 쉽게 잡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것과… 주인공의 마음 건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