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주의의 끝을 지시하는 경고. 공모(단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나선형 무덤의 끝 (작가: 파란약, 작품정보)
리뷰어: 향초인형, 20년 9월, 조회 80

처음 소설을 읽어가며 중반에 접어들기 전까진 이야기의 독특함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스 신화 중 지극한 사랑을 상징하는 인물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연상되었다.

리라의 명수인 음유시인 오르페우스가 뱀에 물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스스로 저승세계를 찾아가는 여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아내의 아버지 기일에 찾아간 장모님의 태도와 결혼 전 아내의 집에서 발견된 가족앨범의 이상한 점은 뒤에 있을 반전을 위한 복선으로 준비되고 있었다.

저승세계를 다스리는 지배자인 하데스에게 뺏긴 에우리디케를 찾아가 아내를 돌려받기 위해 스스로 지옥을 찾아가는 오르페우스처럼 주인공은 제 발로, 제 의지로 아내를 뒤따라 땅끝까지 찾아간다.

오르페우스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주인공의 믿음도 실패로 귀결된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야기의 회전축을 낯선 세계로 돌리는 급격한 반전이 이뤄진다.

처음 오르페우스의 변형처럼 보였던 이야기는 사이비종교 같은 광적인 색채와 외계의 존재와 어울리며 상식적인 선을 넘는 발상의 흐름을 보여준다.

자신의 부활을 위해 인간을 매개로 삼아 지구의 역사 내내 공존해 오고 있던 미지의 존재는 어둠과 아름다움을 한켜로 묶어버린다.

그 미지의 존재가 부활하고 난 뒤의 지구가 상상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를 지향할 것임이 명확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스스로 책임을 방기하고 노예가 되는 길을 자처한다.

탐미가 지나쳐 지구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를 알면서도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과 숭배가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해 버리는 결말을 보면서 극단적인 탐미주의가 악마주의와도 통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마치 아리안족의 외모를 기준으로 나치가 유대인들을 소멸시킬 전략을 짠 것처럼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상실한 미적 가치에 대한 추구가 어떤 악을 불러올 지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가 읽혔다.

현대 외모 지상주의가 일반인들의 미적 기준조차 상식의 경계를 넘어서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거식증이라는 사회 병폐를 불러일으키는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요즘, 이 소설은 아름다움이 진실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적절한 균형은 무엇이고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진지한 성찰을 유도한다.

기지가 번득이는 문장들로 표현된 독창적인 소설의 내용도 재밌지만 주제 또한 인류와 미의 오래된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점이 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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