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기 이미지는 본 리뷰의 내용과 별로 상관 없음
<검은 고양이와 참치 다섯 통조림>은 얼마전 호러 단편 <층간소음>으로 많은 이들의 체감 온도를 뚝 떨어트려 주셨던 엄성용 작가님의 동화적인 판타지 단편이에요. 두 작품간의 온도 차이는 마치 조지 밀러 감독이 만든 <매드맥스>와 <꼬마 돼지 베이브> 만큼이나 극명하네요.
사실 고양이가 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너무 일상적인 일이어서 뉴스에서 언급하지도 않죠. 하지만 대형 참사가 벌어질 뻔 했으나 가까스로 모면했다는 기사를 보면 다들 그 뒤에 고양이 한두 마리가 관여했을 거라 짐작은 할 수 있잖아요. 달리 누가 있겠어요. 이렇게 흔한 소재로 소설을 쓰셨다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신가 했더니 비장의 무기가 두 가지 있었네요.
첫번째는 고양이가 보호하는 인간을 위협하는 상대가 요괴들이라는 점이에요. 그것도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독하게 흑화되고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활활 타오르는 요괴들이네요. 물 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넘쳐서 온 몸이 썩어버린 격자무늬 배수구 요괴, 재개발 과정에서 폐가가 된 이후 인간들이 몰래 쓰레기를 버려대는 통에 빈 병과 비닐봉지에 뒤덮여 정체성 마저 잃어버린 집 요괴, 그리고 마지막에는 참치 캔에도 관심이 없는 최종 보스까지!
두번째는 바로 최종 보스 장군 요괴의 정체와 주인공 성식이의 선한 업보예요. 고양이가 아닌 동물 치고는 나름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니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하세요.
야식으로 라면을 먹었다 수준의 소재인 고양이가 은혜를 갚았다는 내용으로 재미와 감동, 그리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까지 주는 동화를 쓰시느라 얼마나 많은 츄르와 캣닢을 드셨을지 모를 작가님께 냥냥펀치를 보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리뷰였으니 다큐로 매조지자면, 사람이 먹는 참치 캔은 지방과 염분이 많아서 고양이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요. 요즘엔 편의점에서 고양이 전용 캔을 많이 팔고 있으니 주머니에 하나씩 넣어 다니다가 눈치껏 진상하고 목숨을 부지하시길!